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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명(命)

18. 명(命) 천수 누리고 명 다한 고목 등걸 바람도 스쳐가고 새들도 오잖는데 움 하나 새 명 받들어 하늘 여는 신비함 명 받아 눈 떠보니 날개 있되 날 수 없네 날지 못하고 죽을꺼나 쉬지 않은 날개짓 명 걸고 탈거한 것은 방명(方命)인가 순명(順命)인가 생과 사는 천명이라 그 누가 말했던고 올 때는 명 받아 바람 실려 왔더라도 가는 건 내 마음대로 훨훨 날아 가고지고. ☆. 길가에 짓밟히는 풀포기, 땡볕 아래 모래밭을 사는 작은 벌레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위대함을 느낀다. 6.25전쟁통에는, 하필이면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났을까 한탄도 원망도 했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 이렇게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행복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불평 불만이 가득하다. 옛날의..

17. 기 다 림

17. 기 다 림 어릴 적엔 까치발 딛고 ‘어디쯤 오실까’ 철들고는 야무지게 ‘내게 행운은 언제 오나’ 행여나 홍시 떨어지길 고대하던 빈 마음 누구는 로또 맞고 어느 집은 대박났대 나라고 안 오겠나 누구에나 온다는 것 멀거니 복바라기하다 한평생이 가버렸네 모두들 떠나갔고 해도 져서 어두운데 허공 향해 목을 빼는 얄궂은 기다림 꼴까닥 숨멎어야 끝나는 원초적 숙명인가 ☆. 요즘 초·중 학생들의 소풍지는 놀이기구가 있는 곳, 여러 사람이 자유롭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우리 학생시절의 소풍지는 언제나 그늘이 있는 잔디밭이었다. 하는 놀이도 정해져 있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수건돌 리기를 하든가 보물찾기, 씨름과 닭싸움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보물찾기는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한 번..

7. 욕망

7. 욕망 손 맘자리에 시도 때도 없이 솟아오르는 맑다가도 뇌한 것 근원 모를 이 정체. ☆.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 수십만년 동안, 인간사회를 들쑤셔놓고 혼란에 빠뜨리는 악을 없애고 교화하 여 선한 사회로 이끌어 가려고, 성인들을 비록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써 왔으며(적어도 절반 이상은 그런 사람들 이었을 것), 이 지구상에 나타난 여러 종교들도 ‘사랑/자비하라’, ‘천국/천당이 있다’고 끝없이 가르쳐온 바탕도 인간사 회를 바르게 만들려는 염원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한시도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절을 찾아볼 수 없다. 항상 어느 구석에서든 전쟁이 일어 나 대량살상과 유랑이 일어났고, 곳곳에서 어렵잖이 살인과 절도와 사기와…… 사행이 끊임없이 횡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