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절가조(時節歌調)

18. 명(命)

최길시 2022. 4. 24. 10:34

18. 명(命)

 

천수 누리고 명 다한 고목 등걸

바람도 스쳐가고 새들도 오잖는데

움 하나

새 명 받들어 하늘 여는 신비함

 

명 받아 눈 떠보니 날개 있되 날 수 없네

날지 못하고 죽을꺼나 쉬지 않은 날개짓

명 걸고

탈거한 것은 방명(方命)인가 순명(順命)인가

 

생과 사는 천명이라 그 누가 말했던고

올 때는 명 받아 바람 실려 왔더라도

가는 건

내 마음대로 훨훨 날아 가고지고.

 

 

 

 

 

. 길가에 짓밟히는 풀포기, 땡볕 아래 모래밭을 사는 작은 벌레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위대함을 느낀다.

 

     6.25전쟁통에는, 하필이면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났을까 한탄도 원망도 했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 이렇게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행복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불평 불만이 가득하다. 옛날의

   그 작은 소망들을 돌아볼 염도 않는다.

 

     채널A ‘이만갑에서 탈북민들의 탈북 동기와 자유를 찾아 몇 번씩 목숨을 건 탈북과정을 들으면서 인간의 명()이라

   는 걸 절절히 생각했다. 그들이 여태 빼앗겼던 자유를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누리며 더 큰 행복을 찾기를 바라고 바란

   다. 이들도 몇 년 지나면 나처럼 되지 않을까? 넘어올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살아있음에 늘 감사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 우매함. 미물들과 인간의 명()

   어떻게 다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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