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명(命)
천수 누리고 명 다한 고목 등걸
바람도 스쳐가고 새들도 오잖는데
움 하나
새 명 받들어 하늘 여는 신비함
명 받아 눈 떠보니 날개 있되 날 수 없네
날지 못하고 죽을꺼나 쉬지 않은 날개짓
명 걸고
탈거한 것은 방명(方命)인가 순명(順命)인가
생과 사는 천명이라 그 누가 말했던고
올 때는 명 받아 바람 실려 왔더라도
가는 건
내 마음대로 훨훨 날아 가고지고.
☆. 길가에 짓밟히는 풀포기, 땡볕 아래 모래밭을 사는 작은 벌레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위대함을 느낀다.
6.25전쟁통에는, 하필이면 왜 이런 나라에 태어났을까 한탄도 원망도 했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도 못했었다. 지금 이렇게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행복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불평 불만이 가득하다. 옛날의
그 작은 소망들을 돌아볼 염도 않는다.
채널A ‘이만갑’에서 탈북민들의 탈북 동기와 자유를 찾아 몇 번씩 목숨을 건 탈북과정을 들으면서 인간의 명(命)이라
는 걸 절절히 생각했다. 그들이 여태 빼앗겼던 자유를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누리며 더 큰 행복을 찾기를 바라고 바란
다. 이들도 몇 년 지나면 나처럼 되지 않을까? 넘어올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살아있음에 늘 감사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 우매함. 미물들과 인간의 명(命)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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