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가는 길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로
이끌리듯 떠밀리듯 무작정 걷는 길
안갯속
빈 나루터에 배는 떠났고
얼마를 걷게 될지
알지도 못하면서
영원을 갈 것처럼 행전 쳤었지
고작해
칠팔십리길 굳은살이 시린데
☆. 여행을 좋아했다. 그저 걷는 것도 좋았고, 자동차며 배며 비행기며 타는 것도 그저 좋았다. 적막하게 주저앉아 멍하니
공상을 헤매기보다 휘적휘적 새로운 사물들과 환경에 따라 상상이 반짝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진 걸까, 이제는 기력이 떨어져 만사가 귀찮아 꼼짝하기 싫은 걸까?
다가올 다음 세상의 여행도 재미롭지 않을까? 심장 멈춘 육체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여행도 궁금하고, 영혼이 건넌다
는 강 여행도 흔들흔들 즐겁지 않니할까? 아무리 인생이 떠돌이라지만 이쯤에서 역마살 같은 광기를 좀 잔질궈 다음
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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