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절가조(時節歌調)

14. 산수(傘壽)에 걸터앉아

최길시 2022. 2. 7. 12:04

14. 산수(傘壽)에 걸터앉아

 

협로 뚫고 나오느라

죽을 힘 다했겠고

고하(苦河) 헤치느라

사생결단해 왔는데

출거도

이수(二竪)에 시달리리

산수(傘壽)는 어드멘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니 자취 없고

어디로 가고 있나

내다봐도 오리무중

고희면

종심이라더니

산수 끝 풍경만 흔들리고

 

더 이상 갈 곳도

가얄 곳도 없는데

바람 부는 대로

그냥저냥 살자 하나

팔십 년

한숨 쉬어 봐도

사는 의미 모르겠네

 

 

 

 

. 유아원 꼬마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고물고물 천연스레 지나간다. 뜬금없이 가슴 한쪽이 찌릿해지며, 오만가지 옛일들

   이 머릿속을 떼지어 덮어온다. 나의 70여년 전 그 시절과 저 아이들의 70년 후를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인생은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시대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는데, 시대의 물결은 지도자라는 이름의

   정치가가 만들어 흐른다. 물결을 잔잔히 흐르게 하려고 목숨을 바쳤던 성자들과 파도를 잠재우려 주변을 다독이며 애

   써왔던 성군들은 소리없이 흘러 묻혀버리고, 심술궂은 망나니들이 온통 물을 휘저어 파란을 일으켜 억울한 송사리들

   만 삶을 바치든가,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오늘도 지나온 날과 한치 다름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 욕심이 배밖으로 삐져나와 입에서도 끊임없이 거짓말과 괴변

   을 외쳐대며 미욱한 인간들을 유혹하고 물살을 휘몰아치고 있다. 이런 인간들이 계속 생겨나 활개치는 한 인류 국가

   역사의 쳇바퀴는 그냥 그렇게 돌고 또 그렇게 돌 수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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