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산수(傘壽)에 걸터앉아
협로 뚫고 나오느라
죽을 힘 다했겠고
고하(苦河) 헤치느라
사생결단해 왔는데
출거도
이수(二竪)에 시달리리
산수(傘壽)는 어드멘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니 자취 없고
어디로 가고 있나
내다봐도 오리무중
고희면
종심이라더니
산수 끝 풍경만 흔들리고
더 이상 갈 곳도
가얄 곳도 없는데
바람 부는 대로
그냥저냥 살자 하나
팔십 년
한숨 쉬어 봐도
사는 의미 모르겠네
☆. 유아원 꼬마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고물고물 천연스레 지나간다. 뜬금없이 가슴 한쪽이 찌릿해지며, 오만가지 옛일들
이 머릿속을 떼지어 덮어온다. 나의 70여년 전 그 시절과 저 아이들의 70년 후를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인생은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시대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는데, 시대의 물결은 지도자라는 이름의
정치가가 만들어 흐른다. 물결을 잔잔히 흐르게 하려고 목숨을 바쳤던 성자들과 파도를 잠재우려 주변을 다독이며 애
써왔던 성군들은 소리없이 흘러 묻혀버리고, 심술궂은 망나니들이 온통 물을 휘저어 파란을 일으켜 억울한 송사리들
만 삶을 바치든가,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오늘도 지나온 날과 한치 다름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 욕심이 배밖으로 삐져나와 입에서도 끊임없이 거짓말과 괴변
을 외쳐대며 미욱한 인간들을 유혹하고 물살을 휘몰아치고 있다. 이런 인간들이 계속 생겨나 활개치는 한 인류 국가
역사의 쳇바퀴는 그냥 그렇게 돌고 또 그렇게 돌 수밖에 없는 것.
'최길시 시집 > 시절가조(時節歌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가는 길 (0) | 2022.03.19 |
---|---|
15. 毛道의 從心所欲 (0) | 2022.02.23 |
13. 일구지난설 (4) | 2022.02.06 |
12. 만년(晩年) 영춘(迎春) (0) | 2022.02.05 |
11. 코로나 (0) | 2022.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