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만년(晩年) 영춘(迎春)
종다리 울음소리 하늘 위로 날아도
고희 넘은 광음은 노곤해 귀찮은가
봄볕이
아양떨어도 펴지지 않는 굽은 잔등
밥상 위 달래 냉이 봄바람이 일렁이고
쑥잎 씹는 잇사이에 봄 내음이 끼여도
마음속
고드랫돌은 닥쳐올 일에 매달렸고
부슬부슬 봄비에 그리움이 젖는데
뻐꾸기가 추억 깨워 사진첩을 뒤적인다
봄밤을
잠 못 드는 건 다정인가 노심인가
☆. 봄이 청춘을 꼬득였던가, 청춘이 봄을 안달했던가? 해마다 봄이 오면 두근거리고 하늘을 날던 마음도, 여든 번이나 반
복되다보니 지겹고 시들해졌나보다.
옛날 아버지들은 겨우내 사랑방에서 발이나 자리를 매거나 노를 꼬셨다. 밤 늦도록 달그락거리던 고드랫돌 소리가 멈
추는가 싶으면 곧 봄이 오고 있었다.
어제가 입춘이라는데 앞산자락에 덮여 있는 눈과 영하 11도의 추위는 어수선한 국내외 세태를 말해주는 듯하다. 동
계올림픽을 한다는데 그것도 시큰둥하다.
옛날, 양지쪽 잔디밭의 그 황홀하고 노곤했던 봄이 올해도 코로나의 저주에 밀려 사람들의 마음을 걱정과 초조로 묻
어버렸다. 문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가 생각났다. 가만히 있고는 견디지 못하는 이 인간의 성정이 자유를 되
찾을 날이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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