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빨랫줄
지도 그린 이부자리 땀 내 전 고의적삼
집안 애환 내걸어 말리고 바랬는데
이제는
이름 석자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듯
무게가 버거우면 바지랑대가 받쳐주고
날마다 내걸어도 젖은 손길이 정겨웠지
이제는
내팽개쳐져
늘어지고 녹슬었다
팽팽히 긴장하며 한평생을 당겼었지
힘겹고 고달파도 운명이라 생각했지
공치사
바란 적 없으나
서운함이 흔들린다
☆. 예전에는 집집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요용물이었다. 이사 갈 때도 먼저 빨랫줄을 걷어다 새 집에 걸었다. 주로 철사줄
이 사용되다가 6.25전쟁 후에는 군대 통신용 전선이 널리 사용되었다. 빨랫줄에 내걸리는 빨래를 보면 그 집안의 삶과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주택이 아파트로 바뀌고 빨랫대가 대신하면서 빨랫줄은 옛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물이
되어 머지않아 빨랫줄이란 말도 사어가 되지 않을까? 빨래란 말도 세탁, 세탁물에 밀려 거의 없어져가고, 빨래판이란
말도 다음 세대들은 알지 못하는 말이 되지 않을까?
우리 세대에게는 이런 것들이 일상을 같이 해온 정겨운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이 어디 빨랫줄뿐이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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