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절가조(時節歌調)

8. 미명

최길시 2022. 1. 4. 12:17

8. 미명

 

파도가 되리라는 미명(美名)을 앞세우고

한평생 미명(微明)을 더듬고 헤쳤어도

여태껏

한 치 앞 모르는 내일도 미명(未明)

 

이름이 좋아야 입신양명 한다기에

개명을 할까 말까 어름대다 말았었지

미명(美名)에

명운 걸었더면 내 뜻대로 됐을까.

 

 

 

 

 

. 이 세상 모든 물체에는 이름이 붙어있다. 언제 누군가에 의하여 처음 붙여진 이름이겠는데, 어떤 지명(地名)은 역사나

   현상에 정말 기막히게 잘 들어맞는 것 같아 감복할 때가 있다. 세상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이름은 더없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며 성명학(姓名學)도 생겨났고, 본 이름 외에 아명이니, 자니, 호니 하

   는 걸 만들어 본 이름을 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예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유명 작명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 중하게 여기던 작명도 이제는 시대와

   유행에 올라탄 듯하다. 오랜 전통이었던 집안 돌림도, 사주에 획수 맞추는 것도, 한자 쓰기도 거부하고, 부르기 좋고 쓰

   기 편한 한글 이름으로, 외국어로, 종교적으로,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무상이 어찌 이름뿐이랴!

 

    ‘미명(美名)’이란 낱말은 한자뜻 그대로의 아름다운 좋은 이름이란 뜻으로보다, ‘그럴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

   즉 허울좋은 이름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이 낱말도 이름의 허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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