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기 다 림
어릴 적엔 까치발 딛고 ‘어디쯤 오실까’
철들고는 야무지게 ‘내게 행운은 언제 오나’
행여나
홍시 떨어지길 고대하던 빈 마음
누구는 로또 맞고 어느 집은 대박났대
나라고 안 오겠나 누구에나 온다는 것
멀거니
복바라기하다 한평생이 가버렸네
모두들 떠나갔고 해도 져서 어두운데
허공 향해 목을 빼는 얄궂은 기다림
꼴까닥
숨멎어야 끝나는 원초적 숙명인가
☆. 요즘 초·중 학생들의 소풍지는 놀이기구가 있는 곳, 여러 사람이 자유롭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우리 학생시절의 소풍지는 언제나 그늘이 있는 잔디밭이었다. 하는 놀이도 정해져 있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수건돌
리기를 하든가 보물찾기, 씨름과 닭싸움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보물찾기는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보물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바위틈과
풀숲을 샅샅이 뒤졌는데 어째 내가 뒤지는 곳엔 한 번도 없었을까?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 잘들 찾아서 공책이며 연필
을 받아들 때 나는 입 벌리고 바라보며 부럽고 쓰린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육학년 때에는 아예 못 찾을 거라 포기하니
그런 마음도 없어져버린 듯하였다. 그러나 오랜 뒤까지 의문이 따라다녔다. ‘왜 나는 보물을 못 찾을까? 행운이 나를
피하는 것일까?’ 하고……. 그래도 언젠가는 내게도 오는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와 주는 날까지 꾹 참고 기다리자
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무엇을 기다리는지 뚜렷한 대상물도 없으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빈 마음이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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