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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박 제 영-

최길시 2021. 10. 3. 09:42
글쓴이 kilshi 2006-09-29 09:27:26, 조회 : 1,877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가을에는’이라는 시를 보내왔기에, 뭔가 통하는 것 같아, 나의 ‘내마음의 여울’ 13번에 올렸던 '가을에'를 다시 한 번 꺼내어 해바라기를 시켜보았다.

 

가을에

최길시

가을엔,

가끔 혼자이고 싶다.

하늘도 땅도 다 잊고

쨍-한 가을볕 아래 알몸이고 싶다.

가을바람에 가슴속을 풀어헤치고 싶다.

 

가을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맑은 가을빛으로 그리는 그림

선도 명암도 없는 투명한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

화폭을 채워가듯 빈 마음 하나 가득 가을을 채우고 싶다.

 

가을엔,

여남은 살 천진한 소년이 되고 싶다.

하늘가에 피는 새털구름에도 가슴 두근거리며

무어든 할 수 있고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은 소년이 되고 싶다.

붉은 단풍 아래서 부끄럼 없는 뜨거운 가슴을 꼬옥 보듬고 싶다.

 

가을엔,

한 줄기 바람이고 싶다.

근원조차 알 수 없는 그리움 찾아

산모롱이 돌아가며 손짓하는 하얀 길을 따라

뒹구는 낙엽도 버려두고 바람처럼 휘적휘적 길 떠나고 싶다.

 

 

가을에는

박 제 영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