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09-29 09:27:26, 조회 : 1,877 |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가을에는’이라는 시를 보내왔기에, 뭔가 통하는 것 같아, 나의 ‘내마음의 여울’ 13번에 올렸던 '가을에'를 다시 한 번 꺼내어 해바라기를 시켜보았다.
가을에
최길시
가을엔,
가끔 혼자이고 싶다.
하늘도 땅도 다 잊고
쨍-한 가을볕 아래 알몸이고 싶다.
가을바람에 가슴속을 풀어헤치고 싶다.
가을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맑은 가을빛으로 그리는 그림
선도 명암도 없는 투명한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
화폭을 채워가듯 빈 마음 하나 가득 가을을 채우고 싶다.
가을엔,
여남은 살 천진한 소년이 되고 싶다.
하늘가에 피는 새털구름에도 가슴 두근거리며
무어든 할 수 있고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은 소년이 되고 싶다.
붉은 단풍 아래서 부끄럼 없는 뜨거운 가슴을 꼬옥 보듬고 싶다.
가을엔,
한 줄기 바람이고 싶다.
근원조차 알 수 없는 그리움 찾아
산모롱이 돌아가며 손짓하는 하얀 길을 따라
뒹구는 낙엽도 버려두고 바람처럼 휘적휘적 길 떠나고 싶다.
가을에는
박 제 영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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