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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향' -정 상 하-

최길시 2021. 10. 3. 09:48
글쓴이 kilshi 2006-10-04 10:00:24, 조회 : 1,907

 

 

내일 모레면 모두가 들뜨고 풍성해지는 추석입니다. 미리 휴가를 받은 사람은 벌써 옛집 앞뜰에 서서 옛날 어린 시절들을 그려보며 추억에 잠겨 있겠지만, 오늘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저녁에 또는 내일 고향 갈 일로 마음은 바쁘고, 일은 손끝에서 자꾸 미끄러지겠지요.

 

 

“셰익스피어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 시(詩) ’귀향‘을 보내 주셨습니다. 제목이 지금에 잘 맞는 것 같았는데, 추석의 귀향은 아니고, 서리 내리는 늦가을의 쓸쓸한 귀향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마다 귀향의 의미와 느낌이 다를 테니까, 각자 자기의 귀향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귀 향

정 상 하

 

우물가 대야 속에

고향은 달빛으로 떠 있다

가라앉지 못하는 가랑잎 하나

먼 길을 돌아

세월에 낮아진 처마 밑을 돌아

 

마당 가득 꽃으로 핀 허리 굽은 그리움

일생을 꼬깃꼬깃 밀어 넣은 가슴

모닥불로 피워 올리며

어머니는 고요히

민화 한 폭이 되어 가고

별이 쏟아지는 대야 속에

방울져 눈물로 떨어지는 은하수

 

자꾸만 혼자 남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