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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 현 승-

최길시 2021. 10. 3. 09:33

 

글쓴이 kilshi 2006-09-24 10:10:10, 조회 : 1,757

 

 

‘셰익스피어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 보내온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옛날 내가 사범학교 문예반일 때 좋아하던 시인이었는데, 그 분의 이런 시도 있었나?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입니다.

느낌이 일어 흔들리려다가도 다시 냉정히 제자리를 찾게 하는, 가슴속으로 밀려들어 자지러들 것 같은 계절의 감성을, 지성으로 잘 승화시킨 시인 것 같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마음과 기분을 그대로 다 표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 을

 

김 현 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 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言語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言語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