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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106) '만족을 느끼면'

최길시 2021. 10. 3. 12:57
글쓴이 kilshi 2006-11-07 10:08:48, 조회 : 1,183

 

 

새벽마다 옆 공원에 나가 운동을 한다. 미국 다녀온 이후로 기특하게 하루도 결석 않고……. 내가 나가는 시간이 좀 이르든 늦든 그 공원 숲에 있는 정자에 7,80대는 되어 보이는 머리 허연 할머니 몇 분이 나와 부처님처럼 앉아있다. 별로 수다를 떨거나 대화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나란히 앉아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다가 짤막한 말들이 오고가는 모양이지만……. 궁금한 것은 늘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아름다웠거나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까? 앞으로 살아나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두려워하고 있을까? 어떤 때는 동이 트기도 전의 어두컴컴한 지붕 아래 버려진 것처럼 그렇게 앉아 있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한 분도 나와 있지 않다. 오늘 같은 날은 집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끔 그런 모습들이 쓸쓸하다 못해 처량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운동한답시고 열심히 움직이는 나를 돌아보고는 가슴이 섬찟해진다.

‘너는 어떤데? 다른 사람이 너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데?’

 

 

만족을 느끼면

 

Poor and content is rich, and rich enough;

But riches fineless is as poor as winter

To him that ever fears he shall be poor.

(Othello 3.3.172-174)

 

가난해도 만족을 느끼면 부자이지만

한없이 큰 부자도 가난해지는 게 아닌가 하고

늘 걱정하고 있으면 겨울처럼 가난한 것이다.

(『오셀로』3막3장 172-174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