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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김 시 천-

최길시 2021. 10. 3. 12:55
글쓴이 kilshi 2006-11-06 16:52:26, 조회 : 1,605

 

 

어젯밤에 천둥 번개와 함께 늦가을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고, 느티나무 잎은 바람이 없어도 우수수 우수수 떨어져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내일은 입동(立冬)인데다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데, 마지막 가는 이 가을에 당신도 마음 속 가을 편지 하나를 띄워 보내 보시지 않으렵니까?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가 을 편 지

 

김 시 천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 숲 속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