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10-23 13:34:55, 조회 : 1,562 |
아침에 대모산에 올랐습니다. 날씨도 싸늘해졌고, 바람도 제법 세게 부는데, 엊저녁에 내린 비로 길바닥에는 칙칙하고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여름의 시체가 되어 나뒹굽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소나무 밑에 소복히 쌓여있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노오란 소갈비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윗몸일으키기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푸름을 발산하려는 듯이 6월의 청록처럼 청청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새파란 숲 사이로 검은 구름이 몰려갑니다. 문득 바다 한가운데에 혼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람은 이른 봄처럼 싸늘하고 상큼하기는 한데, 역시 봄바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수리나뭇잎 하나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립니다. 자연은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직 참된 용기만이 나를 일으키고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용기
Doth valor's show and valor's worth divide
In storms of fortune.
(Troilus and Cressida 1.3.46-47)
겉으로 뿐인 용기와 참된 용기는 운명의 폭풍을
만나게 되면 완전히 식별되게 마련입니다.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1막3장 46-47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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