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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연극-

· 참 세월 많이 지났구나!예전의 그 아픈 기억들을 손바닥 위에 다시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싶어성남아트센터에 갔다.관객의 대부분이 나같은 사람. 젊은이와 어린이는... 그렇지. 그들에게는 손톱 밑 가시만도 못한 얘기들일 테니까.나날이 지겹도록 한결같은 시간이기에오랜만에 가슴 찌릿한 눈물방울이나 떨어뜨려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얘기는 하나도 가감없는 그때 실화의 하나일 수도 있는 처절한 얘기였는데, 내 가슴에는 그냥 바람 한 줄기 지나갈 뿐!내가 변한 것인가 세상이 변한 것인가? 이게 인간이고... 세태이고...이제는 내 6·25 얘기, 우리 세대들의 그 엄청난 살아온 얘기들을 꺼내 놓아야겠다. 누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39. 혼자 밥을 비비며

39. 혼자 밥을 비비며 시간이 다 돼가는데아무렇지도 않게혼자 앉아 밥을 비빈다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면서도돌아보면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속에선콩죽이 끓는데입다물고 얌전히 앉아아무 일 없는 듯 그리움은 저 홀로달아났다가는어느 틈에 돌아와 밥 알에 섞이고 뒤섞이는 밥 알 위로떨어져 내리는 뜻 모를 이건청승 때문인가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무엇 하나 어쩌지 못해 한심해도숟가락 놓지 못하고 혼자그저 밥을 비빈다

나의 현대사 보물

나의 현대사 보물  그 붉었던 6월이 돌아왔습니다. 70여 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그 아픈 6월!  1950. 6. 25. 일요일 새벽. 사기막으로 공비토벌 나가 한동안 집에 오지 않았던 우리집 하숙생 김순경, 심순경 아저씨(집 앞 큰길 건너 사천(沙川)국민학교 옆에 강릉경찰서 사천지서가 있었음)가 문을 열어젖히며, ‘여태 자고 있어요? 빨리 피란가야 하는데…….’(나는‘피란’이 뭔가 했지요) 고함치는 소리에 우리 식구 모두가 잠에서 깨어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전투모에 풀을 꽂고 총을 들고 서두는 아저씨들을 따라 황급히 피란이라는 걸 떠났습니다. 나는, 오래 신으라고 사다준 헐렁거리는 고무신을 벗어들고 김순경 손에 이끌려 종종걸음으로 신작롯길을 내달렸습니다. 뱀재 고개에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