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04-19 22:17:11, 조회 : 1,009 |
디스켓을 정리하다보니, 언제 누구한테서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어디서 보고 ‘허전하고 한심한 우리네 인생을 담담하게 잘 나타낸 것 같아’ 적어 둔 것이지 모르겠는데, 이런 시(詩)가 있었다. 어쩌면 전에 이 난에 올린 것인지도 모르겠다(혹시 앞에서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알려주면 고맙겠음). 봄날은 날마다 날마다 흘러가는데, 강변에 쭈그려 앉아 삽을 씻고 담배나 피우고 있으니…….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뜨는 달’은 또 무엇인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 희 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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