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02-17 15:24:22, 조회 : 921 |
섣달그믐입니다. 고향으로 가랴, 설 준비하랴, 모두들 한창 바쁜 시간입니다. 하늘은 흐렸지만 봄기운이 가득하여 설 같은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만, 설이 지나면 봄은 요만큼 우리의 손끝까지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선 춘절(春節)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설날보다 그믐날이 더 설레었습니다. 청소를 하기도 하고, 땔나무를 나르기도 하며 바깥일을 돕든지, 부엌의 잔심부름이나 이웃집에 떡을 나르는 일 등으로 정신없이 바빠도 마냥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대청소를 하여 깨끗해지고, 들썩들썩 반쯤 공중에 떠있는 집안은 기름 냄새며 떡 냄새며 온갖 맛있는 음식 냄새가 한 데 버무려져 세상에 어느 집보다 풍성해진 것 같아 누구도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또 우리집은 설날 아침에는 물론이지만, 그믐날 저녁에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께 묵은세배를 드렸습니다. 세뱃돈도 그 때 받았습니다. 그 때는 평소에는 용돈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세뱃돈이 일년에 단 한 번의 용돈이었습니다. 그나마 어머니에게 고이고이 맡겨두었다가 잊어먹기도 하였었지요.
나이가 들면 때때로 그런 잡다한 풍속들이 쓰잘데기없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껏 부풀어 있는 애들에게 실망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기도 합니다. 역시 살아가는 사이사이에 쓰잘데기없기는 하지만, 이런 허식의 즐거움과 부풂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자, 모두들 이 그믐과 설날을 계기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정해년 새해에는 학처럼 여유있고 기품있는 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즐겁고 넉넉한 설을 보내고, 다시 생활인의 자리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두루미 가족 -안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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