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서 시' - 김 남 조-

최길시 2021. 10. 4. 11:08
글쓴이 kilshi 2007-01-28 11:45:50, 조회 : 1,044

 

 

이 세속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마음이란 참 간사한 것이어서, 애틋한 사랑으로 그리워도 하고 몸부림치기까지도 하다가, 금방 별것도 아닌 일에 미워하고 증오까지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김남조씨의 글은 1960년대 초, 한국일보에 실린 ‘지각’이라는 글에서 ‘시간에 대지 못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고, 후회하게 되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지각임에랴!' 하는 구절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아, 그의 글을 이것저것 구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걸음 앞서 나가다가 어쩔 수 없이 영원한 인생의 지각자가 되었다는 생각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그 구절 외에는 그 때 무엇을 읽었었는지 지금은 아무 기억조차 없는데…….

 

 

서 시

김 남 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할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랑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