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11-19 23:18:11, 조회 : 1,393 |
나는 연전(年前)에 몽골과 러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수까지 버스로 이동하였는데, 여러 시간 가는 동안 길 양쪽은 빽빽한 숲의 연속이었다. 자작나무, 소나무, 백양나무, 낙엽송, 전나무, …. 그런데 안쓰러웠던 것은, 저렇게 흰 살결의 연약해 보이는 자작나무가 왜 하필 이 허허벌판에, 겨울이면 한파와 눈보라가 무섭게 휘몰아칠 이 시베리아에, 오도 가도 못하고 저렇게 숲을 이루고 애달프게 서 있을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자작나무
용 혜 원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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