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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6)

최길시 2021. 10. 3. 13:20
글쓴이 kilshi 2006-11-10 22:24:39, 조회 : 1,346

 

 

이슬람신학고등학교 학생인 소년은, 누구도 속시원히 답을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 ‘카’에게 끈질기게 질문을 한다. 신은 존재하고, 현생의 고통의 의미는 내세에 천국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 믿음에 간단없이 혼란을 던져주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신이 없다면 천국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평생을 빈곤과 결핍, 그리고 억압받으며 살았던 수백만 명의 사람은 천국에도 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그 많은 고통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삽니까? 이 많은 고통을 쓸데없이 왜 겪고 있습니까?”

 

이런 의문은, 나도 그 시기에 아주 궁금해 하던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신이 있든 없든, 천국이 있든 없든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 때는 그것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심각한 의문이었다. 이제 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그 시기에 이르게 되면 대체로 그런 의문을 품게 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새삼스럽게 신기하였다. 이것이 살아가는 과정이고, 그 숙제를 풀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