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성인 교육에서 한글 자모(字母)부터 가르쳐야 하는 이유
*모어(母語)는, 사람이 태어나 자라가면서 먼저 음성언어를 습관적으로 습득하게 되고, 그 다음에 문자를 학습함으로써
완전하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계기(臨界期;critical period) 이전의 어린이는, 언어 환경이 바뀌어도 곧 바뀐 언어를 습관적으로 습득하게 되나, 그 이
후의 연령에서는 학습을 통하여 제2언어로 습득하게 됩니다.
*임계기 이전의(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이는 아직 논리력 사고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대신 암기력이 뛰어나서, 사
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자 교육을 먼저 하기보다, 흥미 위주의 듣기 말하기로 말을 습득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성인들
은 논리적인 사고력이 발달되어 있고, 암기는 반드시 이해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습득하자면 문자를 먼저
익혀서, 문법 교육으로 이해를 도우면서 종합적인 언어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어떤 외국어든 정확한 발음 습득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어의 발음은 외국인에게 있어서 매우 어렵습니다. 같은 한국 사
람이라고 해도 각자의 발음이 모두 조금씩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도 발음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어의
표준 발음은 한글 자모(字母)의 음(音)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자모 40음의 음가를 바르게 이해하고 정
확히 연습하면 매우 간단히 습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위에서 듣고 배울 사람이 없는 외국에서는 문자의 읽기로 발음
을 익혀야 합니다.
*한글의 자모는 세계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과학적인 문자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중에는 한글이 아주
복잡하여 혼동을 일으킨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어의 기본이 되는 모음과 자음이 모두 40개
밖에 되지 않아 간단해 보이지만, 초성(初聲) 19자, 중성(中聲) 21자, 받침 27종(자음 글자 19개 중에서 받침으로 쓰이는
것이 16개, 겹받침 11종)이 조합(組合)되어 만들어 내는 글자의 수는, 19×21×27=10,773(이 중에는 실제로는 쓰이지 않
는 글자도 있고, 발음이 같은 것도 일부 있지만)이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사람으로서는 복잡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음성기관의 근육이 부드러워 어떤 발음도 쉽게 따라할 수 있으나, 나이가 많을수록 근육이 모어(母語)
의 발음에 굳어 있기 때문에, 자기 모어에 없는 발음은 잘 따라하기가 어렵고 금방 익숙해지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따라
하라고 하기보다 발음 방법을 설명하며 주고 연습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어는 음절문자이므로 50음만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으면 되지만, 한국어를 글자(음절)로 발음을 익히려다 보면, 위
에서도 말했듯이 글자 수가 너무 많아 초보자가 스스로 그것을 구분해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로 인해 결국에는 포
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이해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외국)에게 한글이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음절을 이룬다는 것을 가르칠 때, 한글과 같
은 단음문자를 쓰는 영‧미계 어린이보다 일본(음절문자), 중국(표의문자) 어린이들의 이해가 느릴 수 있습니다.
나. 지도 방법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 한국말도 모르고 한글을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한글 자모가 간단하다고 하여, 한글의 음운 체
계나 발음 방법에 대한 설명이도 없이, 통상 말하는 기본 자모 24자(모음 10자 ;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와 자
음 14자 ; ㄱ, ㄴ, ㄷ, ㄹ, ㅁ, ㅂ,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를 가르치고, 그것들이 이루는 음절표로 '가,갸,거,겨……, 나,냐,
너,녀……, 다,댜,더,뎌……, 라,랴,러,려……'를 반복하여 따라 읽히고 쓰게 하는 것으로, 한글의 자모와 기본 발음 지도를 끝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아직 혀도 잘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하
고, 자음의 명칭을 암기시키는 데 열중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런 지도 방법은,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자들에
게는 날이 지날수록 한글의 복잡함을 더해주고 발음의 어려움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더 나아가 자음동화(子音同化) 현
상 등 음운 변화 현상까지 가르치게 되면, 한국어 학습은 시작에서부터 좌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의
일차 관문은, 기초 학습에서의 자모의 발음 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글 자모와 그 음가 및 발음법의 가장 효과적인 지도법은, 한글 창제의 제자원리(製字原理)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음은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만들었다는 제자원리를 이해한다면, 자형(字形)으로써 학습자 스
스로 발음법을 생각해 낼 수 있어, 일일이 암기하지 않더라도 자형만으로 음을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음, 자음의 순서(ㅏ,ㅑ,ㅓ,ㅕ…… ㄱ,ㄴ,ㄷ,ㄹ……)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음은 단모
음과 이중모음으로 나누어 발음과 함께 가르치고, 자음은 제자원리에 있는 대로, 순음(脣音,입술소리), 설단음(舌端音,혀
끝소리), 설면음(舌面音,혓바닥소리), 설근음(舌根音,혀뿌리소리), 후음(喉音,목청소리)의 순서로 가르치는 것이, 학습자들
이 한국어의 발음체계를 이해하기 쉽고, 스스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자모(字母) 공부에서 더 자세한 말씀드리
겠습니다.
참고 : 몇 년 전 미국의 어느 한글학교에서 초등 2학년 아동들(영문을 읽을 수 있는)에게 먼저 한글 모음과 자음의 음가를
알려주고 그것을 합하여 음절의 음을 읽어내는 학습이, 종전의 지도법이었던 ‘가갸거겨……,……후휴흐히’ 하고 음절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음절로 한글을 외도록 가르치는 것보다 음소와
음가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었는데, 나이가 더 어리더라도 영어를 읽을 수 있다면 자모(字母) 교육으로 한글
읽기부터 시켜도 좋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글의 독특한 구조인 받침 읽기에 들어가면 다시 이해가
힘들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그것은 아마도 영어의 알파벳이 단음문자이기 때문에 영어
단어 읽는 이치나 한글을 읽는 이치가 같아서 한글 읽기를 빨리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습의 흥미 등을 생각하면 음성언어부터 가르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 모음(母音)의 이해와 지도
(1)한글의 단모음 :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ㅚ, ㅟ(10)
*단모음(單母音)은 발음하는 도중에 입술이나 혀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이중모음(二重母音)-후술(後述)-은
단모음에 반모음(半母音)이 결합된 것인데(따라서 발음할 때 입모양이 변함), 반모음에는 ㅣ, ㅗ/ㅜ가 있습니다.
*‘ㅚ’는 지방에 따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여 ‘ㅞ’와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ㅟ’는 단모음으로 하기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단모음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이중모음 ‘wi’로 발음되기도 합니다.
(예) 단 모 음 ― 뒤(後), 쥐(鼠), 취(나물), 쉬(파리)
이중모음 ―귀(耳), 위(上), 위(胃)
(2)단모음의 체계
혀의 앞뒤 입술 모양 혀의높이 |
전 설 모 음 | 중 설 모 음 | 후 설 모 음 | |||
평순모음 | 원순모음 | 평순모음 | 원순모음 | 평순모음 | 원순모음 | |
고모음(폐모음) | ㅣ | ㅟ | ㅡ | ㅜ | ||
중모음 | ㅔ | ㅚ | ㅓ | ㅗ | ||
저모음(개모음) | ㅐ | ㅏ |
①소리낼 때 혀의 앞뒤 위치에 따라
-전설모음 : 혀의 앞쪽에서 발음되는 모음(ㅣ,ㅔ, ㅐ,ㅚ,ㅟ)
-중설모음 : 혀의 가운데에서 발음되는 모음(ㅡ,ㅓ,ㅏ)
-후설모음 : 혀의 뒤쪽에서 발음되는 모음(ㅜ,ㅗ)
②발음할 때 입술의 모양에 따라
-평순모음 : 발음할 때 입술을 둥글게 하지 않는 모음(ㅣ,ㅔ,ㅐ,ㅡ,ㅓ,ㅏ)
-원순모음 : 발음할 때 입술을 둥글게 하는 모음(ㅟ,ㅚ,ㅜ,ㅗ)
③발음할 때 혀의 높이에 따라
-고모음 : 발음할 때 혀가 입천장에 가까워지는 모음(ㅣ,ㅟ,ㅡ, ㅜ)
-중모음 : 발음할 때 혀가 위치가 고모음과 저모음의 중간인 모음 (ㅔ,ㅚ,ㅓ,ㅗ)
-저모음 : 발음할 때 혀의 위치가 가장 낮은 모음(ㅐ,ㅏ)
(3)모음 삼각도
‘모음삼각도’는 첨부파일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단모음 발음 입모양
자료실의 ‘단모음 발음 입모양’ 사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진의 입모양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단모음의
발음은 입술모양과 혀의 높낮이에 의하여 구분되는데, 입모양은 선생님이 직접 실연하여 보여주시고(가급적이면 학생들
이 입모양으로 각 음을 구분하여 발음할 수 있도록), 혀의 높낮이는 선생님이 설명하며 연습시키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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