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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휴가

최길시 2021. 10. 2. 11:17
글쓴이 kilshi 2006-08-07 23:41:39, 조회 : 1,799

 

미국에 갑니다. 이번 여름은 미국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전에 남미에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려 LA, Lasvegas, Grand Canyon을 보았지만, 죽기 전에 언젠가 한 번은 여유를 가지고 미국을 돌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게 이번 여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된 까닭은, 워싱턴 한글학교 연합회에서 8월 26일 교사 연수회를 하니, '한국어 지도요령'과 '한글맞춤법'에 대하여 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은 지난 3월 5일에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는데 퇴직 마무리 등이 되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던 것인데, 이번에도 시기적으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또 다음으로 미루자고 하기에도 그렇고 해서 응낙을 해버렸지요. 가기로 대답하고 나서 갈 준비를 해보니, 이 때가 해외여행 성수기라 비행기좌석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며칠씩 전화에 매달려 겨우 구한 것도 값이 비수기 배가 되었습니다.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으로 가면 돈도 적게 들고 편한데,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에는 내가 꼭 보고자 하는 곳만으로 짜인 것도 없고, 강의 일정을 맞추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미국 현지 여행사에 예약하다 보니 상담하는 것도 쉽지 않고, 몇 다리 걸쳐가며 여행 일정을 짰는데, 내가 전에 본 곳을 또 가게 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아무튼 마땅찮게 되어버렸습니다.

더구나 가장 아쉽고 미안했던 것은, 그 결정을 한 뒤에 강고 제자 장봉석군이 8월 26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니 주례를 맡아 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점입니다. 주례는 딱 세 번만 서자고 생각한 마지막 세 번째이고, 그 마지막 세 번째 주례로 하기에 꼭 적합한 상황이었는데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과 함께, 장봉석군에게는 미안하게 됐다는 말과, 식에 참석하여 직접 축하를 해 주지 못하지만 정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억지로 짠 이번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 이번 여행은, 바둑으로 치면 악수를 둔 실패작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었지요.

 

내가 없는 동안 이 홈페이지 그냥 버려두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황량한 곳으로 만들지 말고,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글들을 올려 서늘한 피서지가 되도록 해 주기 바랍니다. 돌아와서 보고 가장 잘 한 사람에게는 소주 한 잔 상으로 드리겠습니다.

 

2006년 여름, 모두들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고, 그리고 활활 불타는 한여름의 기(氣)를 많이 축적하여 앞으로의 생활에 활력으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다녀와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