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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55) '여름 꽃은'

최길시 2021. 10. 1. 09:38
글쓴이 kilshi 2006-06-16 08:33:24, 조회 : 1,635

 

들길을 지나다보면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꽃들을 보게 된다. 세상에 저렇게 꽃들이 많았었나? 자세히 보면 작은 잡초들까지도 그 나름대로의 꽃을 피우고 있다. 바삐 살 때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이다. 누군가 아름답다고 칭찬해 주지도 않고 귀엽다고 만져주지 않아도 저 혼자 그렇게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시들어간다. 들길에 저런 대수롭잖게 느껴지는 꽃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삭막할까? 이 우중충한 여름날에 저들이 있어 작은 빛들이 된다.

 

병들면 품위를 잃게 되는 것이 어찌 저들 여름 꽃뿐이랴! 세상 만물, 만사, 天地之間에 가장 고귀하다는 인간까지도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기면 그것으로 인해 파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도 인간에게는 병을 치유하는 방도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여름 꽃은

 

The summer's flow'r is to the summer sweet,

Though to itself it only live and die;

But if that flow'r with base infection meet,

The basest weed outbraves his dignity.

(The Sonnets 94)

 

여름 꽃은 여름을 상긋하게 해 주네

비록 그 자체는 피었다 시들뿐이지만.

그러나 이 꽃이 나쁜 병에 감염되면

가장 천한 잡초조차도 그 여름 꽃의 품위를

능가하게 되는 것이라.

(『소네트집』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