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16. 최선(最善)을 다하라

최길시 2021. 12. 22. 15:19

16. 최선(最善)을 다하라

 

펼쳐지는 순간 순간

하는 일 하나 하나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라

 

지나간 날들 아쉬워 말고

다가올 날 지레 걱정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하루가 가고 또 하루

일생은 하루 하루의 사슬

새로운 날마다 최선을 다하라

 

생각으로 말로만 아니라

겸허와 진심으로 실행하라

예단 말고 실천으로 최선을 다하라

 

삶은 보이기 위한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의 양심으로 최선을 다하라

 

잘하는 것보다

마지막 종이 울리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니라.

 

 

☆. 어디까지가 최선인가?

     중학교 때였습니다. 공부를 꽤 열심히, 잘 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언젠가 시험때였습니다. 옆자리의 친구 책

   위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침햇빛을 받은 선홍색 빛깔에 내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그때까지 나한테서

   는 물론이고, 주위에서 무단히 코피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들끼리 싸움할 때 코피가 승패를 판가름

   하는 것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였습니다.

    코피가 잘 멎지 않아 선생님이 오시고 야단났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걱정하는 기색보다 오히려 당당한 표정이었

   고, 다른 친구들은 선망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수습 후에 슬쩍 다가가, ‘어젯밤 밤새기했나?’ 고개를 끄덕였

   습니다. ‘아,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증표였구나!’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밤을 새면서 공부해 본 적이 없었지요. ‘한 번

   해 보리라’ 그래서 코피가 나면 은근히 기분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더라구요.

   어찌 어찌 딱 한 번 밤을 새 봤습니다. '혹시 코피가?' 하고 몇 번 코를 문질러 보았으나 코피는 묻어나지도 않았습니

   다. 억지로 밤 새려고 하는 객기는 그만두었습니다.

 

    주근야독(晝勤夜讀)할 때 너무 피곤하여 졸린데 억지로 참으니 몸이 오그라들며 전율이 생기고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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