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18. 아가야

최길시 2021. 12. 25. 10:53

18. 아가야

 

아가야

울지 마라

불편하냐 어디 아프냐

노회(老獪)로는 범접 못할 무구한 천진

 

아가야

깨어나라

새 세상 가자

구름 너머 별나라가 우리가 갈 곳

 

아가야

일어서라

먼 길 떠나자

모두 다 벗어놓고 신들메나 매고

 

아가야

같이 가자

손 잡고 가자

달빛과도 춤추며 노래 부르며

 

 

 

 

 

 

 

. 예전에는 주위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참 많이 들으며 살았었다. 울음치고 슬프고 애처롭지 않은 게 없지만, 말못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심장을 긁어대는 듯한 참으로 들어내기 어려운 소리였다. 뭐가 얼마나 불편하고 괴롭길래 저렇게

   자지러지게 울까? 어른들도 살아내기 어려웠던 그 시절, 제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가야 얼마나 참아내기 힘

   든 불편 불만이 많았을까? 그때엔 그 소리가 절박과 고통과 짜증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삶에 대한

   욕구와 애착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동력이 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아기 울음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아기를 많이 낳지 않기도 하거니와, 나라가 잘살게 되어 양육

   환경과 기술이 좋아져 아기가 울음소리를 낼 겨를조차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본디 아가였었다. 아무 근심도 욕심도 핑계도 욕망도 없이 그냥 생명의 기본적 욕구만 충족되면 그것으

   로 천국이었던 아가. 몸이 자라 어른이 되고 생각은 노회하니까 맘속의 아가는 내면 깊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더는 그 아가를 그리워하지도 찾지도 않게 되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어버렸던 것 같다. 전에

   는 때때로 맘속의 아가가 슬며시 나타나 질책하다가 위로해 주기도 하고 다독여주는 때가 있었는데…….. 여태 나몰라

   라 내버려두고 있다가 이제 돌아갈 때가 다 돼서야 어딘가에 숨죽이고 숨어있을 그 아가를 불러내어 손잡고 함께 가고

   싶어지다니……. 츱츱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록소록 잠들어 있는 아가를 일부러 흔들어 깨워 울려보고싶은 그 심술보란……. 놀부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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