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명기 [홈페이지] | 2015-03-06 10:56:36, 조회 : 1,330 |
눈물 흘리며 공부하기.
갑자기 공부에 늦바람 불어 요즘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공부가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덜컥! 든다. 그건 멀쩡하던 컨디션이 인터넷 강의만 시작하면 곧장 피곤하고, 나른하고, 졸립고, 하품 나고, 눈물 나고, 한마디로 난리다.
혹시나 싶어, 음주도 줄이고 잠도 충분히 자본다. 몸을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만들어 다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그런데 웬걸, 공부만 시작하면 또 곧장 이틀 절인 배추 꼴이다. 이게 웬일이지? 공부와 하품을 검색해 본다. 아하! 역시다.
공부를 하면 두뇌에 피돌기가 빨라지고, 뇌에 열이 난다. 컴퓨터에 일을 많이 시키면 CPU가 뜨거워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인가보다. 뇌가 일을 하니 피돌기가 빨라지고 영양공급도 많아지고 과열된다. 그러니 뇌를 식히고자 몸이 자동적으로 하품해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또 몸은 기지개를 켜서 뇌의 무력감을 깨우고 피돌기와 산소 공급을 돕는다. 이런 원리구나.
거의 20년간 공부 따윈 하지 않았다. 슬슬 즐기는 독서는 공부가 아니다. 억지로 뇌와 몸에 정보를 집어넣기. 그러자니 지식을 받아들이는 부분이 30여 년 만에 깨어나 일을 한다. 잠들어 있던 뇌세포를 털고 씻고 거기에 새로운 정보를 넣는다. 중년의 낡은 두뇌가 얼마나 분주할 것인가?
그러니 기초 체력이 안 되면 공부도 어렵다.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엔 이런 현상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공부하면 그대로 공부만하면 됐다. 뇌세포도 싱싱하고, 체력도 좋았다. 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공부 시작만 하면 뇌가 과열되고, 덩달아 산소 공급하고, 뇌를 식히려, 기지개에, 하품에, 눈물에 이건 털털 거리며 간신히 굴러가는 낡은 자동차와 다름없다.
이제 공부를 시작하려는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내가 직접 공부 해보니 이렇더라.’ 하는 산경험이고, 청소년들에게는 그때가 가장 공부하기 좋은 때고, 체력 조건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같은 공부를 해도 나이 들면 몇 배나 더 노력해야만 한다. 가히 필사적이다.
‘지금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옥타코어 CPU에 냉각 잘되는 최신 컴퓨터 보드라면, 나는 386 컴퓨터에 먼지 잔뜩 낀 컴퓨터 보드다.’ 이렇게 비교하면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될까? 그러니 공부하고픈 중년들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 지금이 우리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점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아! 매번 귀에 딱지가 앉게 듣는 이야기겠지만, 앉아서 공부만 하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말인지, 나이 들면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하루 종일 나가 돈 벌다, 잠깐 앉아서 게임하려는데 그게 낡은 386 컴퓨터라면? 아마 등에 식은땀 쭉! 날 것이다. 난 지금 머리에 땀 흘리며, 열공 중이다. 머리엔 지진, 입은 연신 하품, 눈엔 눈물이 줄줄 흐르누만.
권학문주자훈(勸學文朱子訓)
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물위금년불학이유래년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일월서의세불아연 (日月逝矣歲不我延): 날과 달은 가고 해는 나와 함께 늦어지지 않으리,
오호노의시수지건 (嗚呼老矣是睡之愆): 슬프다. 늙어서 후회한들 이것이 누구의 허물이겠는가.
소년역노학난성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광음불가경 (一寸光陰不可輕): 일초의 짧은 시간인들 가볍게 여기지 말라.
미각지당춘초몽 (未覺池塘春草夢): 연못가에 봄풀이 꿈을 미처 깨지 못하여서,
계전오엽기추성 (階前梧葉己秋聲): 뜰 앞에 오동잎이 이미 가을 소리를 전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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