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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통신 2] 소득 격차가 ‘인간의 격차?’

최길시 2021. 10. 28. 06:12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5-03-01 18:07:59, 조회 : 958

 

 

[브리즈번 통신 2] 소득 격차가 ‘인간의 격차?’

일단 인식의 차이다. 많이 배운 사람은 그만큼 노력했으니 잘 살아야하고, 노력하지 않고, 공부 많이 못한 사람은 가난해야 한다? 아님 월급을 적게 받아야 한다? 노력한 사람이 억울하지 않나? 좋은 대학 나올수록 월급 많이 받아야 하고, 대학 못나오면 월급 적게 받거나, 취직 못하는 게 당연시 되는, 지독한 개발도상국가식 발상.

그럼 초등학교도 못나왔다던 현대 왕회장 님은? 그분은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그럼 못 배운 사람도 노력만 하면 되는 거네. 뭐가 문제야?

고등학교시절, TV에선가? 독일에서 배관공이 신형 벤츠 뒷자리에 공구를 던져 넣고 떠나는 화면을 보았다. 충격. 대통령이나 타는 차를 한낮 배관공이? 게다가 독일에서는 의사나 배관공이나 소득이 비슷하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의사는 머리도 좋고, 공부도 많이 했고, (한국에서는)학비도 많이 냈고, 배관공은 그런 노력과 금전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둘이 똑 같은 월급 받는다면 그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이게 40년 전 내 생각이었다.

아마 당시 독인 인들의 생각은, 의사든 배관공이든 본인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이고. 의사든 배관공이든 시간을 들인 만큼 버는 것이고. 지식인은 자신의 지식으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지적인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스스로 공부한 보람은 충분히 찾는 것이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모른다고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노력해서 클래식 음악을 알면, 아는 만큼 스스로 더 행복한 것이고, 그런 행복의 방향 역시 스스로 선택한 것. 배관공이 보트 타고 사냥하면 안 되는 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지. 다만 어떤 ‘불합리 행성’에서, ‘의사는 가능하고, 배관공은 죽자고 벌어도 안 되는 엉터리 룰’이 정해져 있었을 뿐.

호주에서 청소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무식해서 청소하는 게 아니다. 밑천 안 들고 시간과 노력만으로 일단 자리 잡기에 용이한 직군이라는 것. 호주는 초보는 시간당 13~16 달러지만, 뭐든 숙련 되면 시간당 20달러는 받는다. 자. 한국에서 폐지 줍고 청소하면, 시청 소속 정식 미화원 아닌 다음에야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청소는 무식하고 가난하고, 창피한 일이다.’ 라고 인식한다. 청소가 왜? 먹고 사는 일에 귀천 없다고! 우리 선조들이 이미 여러 번 강조했다.

호주나 미국에서 하루 8시간 청소를 해보자. 숙련 되면 시간당 20불, 하루 8시간 매월 24일 일한다면? 한 달 3,302,400원 이다. 여자들이 식당에서 웨이츄리스 해도 마찬가지. 한국인의 특성인 부지런을 고려하면, 둘이 합쳐서 5백만 원은 벌 수 있다. 물론 열심히 일자리 찾고 노력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청소? 먹고 사는데 지장 없고, 부부가 행복하다면 왜 못하겠는가?

여기에 비싼 좋은 집에 대한 욕구, 좋은 차에 대한 욕구(참고로, 여긴 전부 외제 차다.) 사교육의 광풍에만 휩쓸리지 않으면, 행복은 기본 사양이다.

사업을 하거나, 대기업에 있거나, 자영업이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일은 체면에 맞고, 청소나 노가다, 배관공 등은 창피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그건 호주나 미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다. 다만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왜곡 된, 일부 개발도상국가의 국지적인 인식이 문제일 뿐.

행복은 선택이다. 지적이든 육체노동이든 자신의 적정에 맞는 일로 행복하면 된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해 노동과 선택을 강요당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게다가 사회 전체가 그릇 된 시각으로 개인의 행복에 참견을 해대고, 직업에 귀천을 가르고, 소득 격차를 ‘인간의 격차’로 착각한다면 정말 시한폭탄을 지니고 사는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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