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명기 [홈페이지] | 2015-02-28 07:03:35, 조회 : 949 |
[브리즈번 통신1]시민을 위한 공짜?
브리즈번의 첫인상? 뭐랄까, 일단 햇살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브리즈번 공항에 착륙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 비행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쪼가리 햇살이 그랬다. 햇빛이 강한 만큼 초록은 더 짙고 신선했다. 핫셀블러드로 잘 찍은 광고 사진 같은 풍경이 현실에서 펼쳐진다. 마중 온 아우를 만나자마자 선블럭을 건너 받고 함부로 덕지덕지 발랐다. 평소엔 스킨조차 바르지 않는 나다. 한나절만 있으면 새까맣게 타버린 식빵이 될 위기.
아우의 차에 타려니 이런, 운전대가 우측이다. “한국에서 온 분들은 자꾸 운전하시려고 해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으로 가니 아우가 농을 건넨다. 차선이 반대인 나라에 올 때마다 역주행 하는 김여사가 되는 상상을 한다. 끔찍하다.
숙소는 브리즈번 시티 중심가 오크카지노타워호텔. 시내를 걸어서 왕복할 수 있다. 마치 콘도미니엄처럼 취사는 물론 세탁기까지 있다. 1997년에 들른 시드니 호텔도 그랬다. 정말 실용적이다. 양말과 속옷을 세탁했다. 아내의 말로는 “물이 최고!” 란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숫자를 확 줄여도 피부가 당기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지만 물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대부분의 차량에 토잉바(견인봉)가 달려있다. 여기서도 작은 트럭이 인기. ‘유트’라고 부른다니, 혹시 ‘유틸리티’의 줄임말이 아닌가? 혼자 짐작해 본다. 나의 로망. ‘디펜더 110’를 두어 대 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디펜더 90’도 거리에 주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여긴 일상이다. 전에 들른 시애틀처럼, 호주도 총기소지 가능. 사냥 보트를 트레일러에 싣고 숲으로 떠나는 일은 현실이다.
먼저 부촌을 보여 준단다.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다. 아파트 아래에 작고 하얀 부두가 있다. 진흙 때문엔 탁한 강물 위엔 그 부두보다 더 하얀 요트들이 떠있다.
‘휴일 아침, 강을 바라보고 커피를 마신 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부두로 간다. 묶여 있는 크루즈에 올라 낚시대와 장구통 릴들을 점검한다. 아내가 싸준 샌드위치를 냉장고 넣고, 닻줄을 풀고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오늘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저녁엔 친구들을 초대해야지. 맥주병을 손에 들고 얼마나 사투를 벌이며 물고기를 잡아 올렸는지 자랑해야겠다.’ <== 여기까지는 오로지 상상이다. 얼마나 좋을 것인가? 는 상상도 어렵다. 경험 해보지 못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낡아 보이지만 멋진 유람선이 떠 있다. 티켓 발권소와 검표원이 없다. “이거 시민들을 위한 무료 유람선이에요.” 뭐라고 무료라고? 도심의 강물을 멋지게 가르며 관광할 수 있는 유람선이 무료라고? 시민을, 관광객을 위해 무료? 아우는 놀라는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저녁에 아내와 아우 셋이 함께 슬슬 걸어서 빅토리아 브리지를 건넜다. 강 건너엔 ‘사우스뱅크비치’다. 여긴 강가에 인공적으로 만든 수영장이 있다. 저녁 8시가 넘어도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수영과 물놀이를 즐긴다. 모래가 마치 진주가루 같다. 투명한 물가에는 연인들이 앉아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이번에 정규직이 되는 건 또 미루어졌대. 월급도 늦어지고, 카드 값 때문에 돌겠어. 우리 헤어져.’ 아마 절대로 이런 대화는 아닐 것이다.
“이거 전부 공짜예요. 여기 정치가들은 시민들을 위해 뭘 할까? 진짜 고민 좀 하나 봐요. 오래 된 건물 같은 게 나오면, 개조해서 시민 복지 시설로 쓰려고 난리예요. 저기 박물관도 무료죠.”
한국의 캐러비언베이 같은 시설물이 무료란다. 시민들을 위해 완전 개방. 근처 사무실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비치에 나가 수영을 하고, 도시락을 먹고, 선텐 하다 다시 어슬렁어슬렁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한단다. 저녁엔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사우스뱅크비치에서 물놀이하고, 역시 무료시설인 야외 바비큐 장에서 호주산 청정쇠고기로 두께 5Cm짜리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는단다. 나 좌절해도 되는 거지?
수영장 바로 곁에는, 식물원처럼 꾸며 놓았다. 식물 터널 속을 멋진 조명을 받으며 걷는다. 주변 거리는 마치 강남의 신사동길이나, 분당 정자동 카페 거리 같다. 브리즈번의 식물처럼 싱싱한 젊은이들이 와인 잔을 들고, 브리즈번의 햇살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그저 신기해 할 뿐. 이방인들은 오스트레일라아産(산) 젊은이들 팀에 슬며시 끼어들어, 오이스터 요리와 남미산 맥주를 주문한다.
http://blog.naver.com/caymansun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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