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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

최길시 2021. 10. 16. 09:52
글쓴이 kilshi 2010-08-16 15:51:07, 조회 : 1,082

 

 

나무 (외로운 사람에게)

조 병 화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한평생

봄, 여름, 가을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 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진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 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