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9-07-14 08:17:31, 조회 : 905 |
당신이 나를 스칠 때
이 성 선
구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산길을 걸으며
내 앞에 가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들의 꽃 피고 나비가 날아가는 사이에서
당신 옷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당신 목소리는 거기 계셨습니다
산안개가 나무를 밟고 계곡을 밟고 나를 밟아
가이없는 그 발길로 내 가슴을 스칠 때
당신의 시는 이끼처럼
내 눈동자를 닦았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닿은 하늘빛처럼
우물 속에 깃들인 깊은 소리처럼
저녁 들을 밟고 내려오는 산 그림자의 무량한 몸빛
당신 앞에 나의 시간은 신비였습니다
돌담 샘물에 떨어진 배꽃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새벽 산에서 옷을 벗는 새벽빛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나의 길을 이렇게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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