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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에서' -안도현-

최길시 2021. 10. 13. 10:06
글쓴이 kilshi 2009-07-06 08:25:03, 조회 : 813

 

금강 하구에서

안 도 현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 하구에 가보아라

강물이 어떻게 모여 꿈틀대며 흘러왔는지를

푸른 멍이 들도록

제 몸에다 채찍 휘둘러

얼마나 힘겨운 노동과 학습 끝에

스스로 깊어졌는지를

내 쓸쓸한 친구야

금강 하구둑 저녁에 알게 되리

이쪽도 저쪽도 없이

와와 하나로 부둥켜안고

마침내 유장한 사내로 다시 태어나

서해 속으로 발목을 밀어넣는 강물은

반역이 사랑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을

한꺼번에 보여줄 테니까

장항제련소 굴뚝 아래까지 따라온 산줄기를

물결로 어루만져 돌려보내고

허리에 옷자락을 당겨 감으며

성큼 강물은 떠나리라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 하구에 가보아라

해는 저물어가도 끝없이

영차영차 뒤이어 와 기쁜 바다가 되는 강물을

하루내 갈대로 서서 바라보아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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