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08-25 11:36:39, 조회 : 1,910 |
김삿갓이 금화땅 어느 곳을 지날 때 비를 만났는데, 비를 피하고자 근처에 보이는 정자에 뛰어 들었더니, 마침 시객(詩客)들이 모여서 글을 짓고 있었다. 김삿갓은 비도 피할 겸, 술도 얻어먹을 겸 해서, 자기도 한 수 짓자고 청하였다. 그 시객들 가운데 한 사람이 시를 짓고 김삿갓이 답시로 지었다. 결국은 시객들이 김삿갓인 줄 알고 후한 술대접을 했다.
與訪客詰拒(여방객힐거) 찿아온 나그네와 서로 힐난하며
시객(詩客)
石上難生草(석상난생초) 돌 위에는 풀이 나기 어렵고
房中不起雲(방중불기운) 방 안에는 구름이 일지 못한다.
山間是何鳥(산간시하조) 산간에 이 무슨 잡스러운 새가
飛入鳳凰群(비입봉황군) 봉황들이 노는 자리에 날아드느냐?
김삿갓
我本天上鳥(아본천상조) 나는 본시 하늘 위의 새로서
常留五綵雲(상류오채운) 항상 오색 구름 속에 노니는 몸이었다.
今宵風雨惡(금소풍우악) 오늘 밤 풍우가 심한 탓에
誤落野鳥群(오락야조군) 잘못하여 들새 떼 가운데 떨어졌노라.
오늘 아침 조선일보 A30면 ‘조용헌 살롱’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며칠 전 김삿갓 시집을 읽다가, 여기에 올리려고 찜해 둔 시와 똑 같은 것이 나와 있었다. 거기에는 7세기의 고승(高僧) 부설(浮雪)의 작품으로 변산 월명암에 전해 온다는 ‘팔죽시(八竹詩)’였다.
시집에는, ‘죽시(竹詩), 이 시는 한자의 훈을 빌어 사람이 살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 시인의 뛰어난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은 김삿갓의 인생관이 스며있는 시이다. 비록 문전걸식(門前乞食)을 할망정 인생의 시비곡절을 초탈한 선인(仙人)같은 풍모가 풍겨나는 시이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竹’은 대나무로 번역해서는 안 되고 우리말 ‘대로’로 해석한다.
竹詩(죽시)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 이런 대로 저런 대로, 형편 되어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풍타지죽낭타죽)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치면 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반반죽죽생차죽)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런 대로 살고,
是是非非付彼竹(시시비비부피죽)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저대로 부쳐두세.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 손님 접대는 제 집안 형편대로 하고.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 시장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시세 대로 하세.
萬事不如吾心竹(만사불여오심죽)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세.
※여기의 ‘付’ 가 ‘팔죽시’에는 ‘看’으로 되어 있어, 해석도 ‘저런 대로 보고’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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