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김삿갓 시(詩) 감상(10)

최길시 2021. 10. 6. 10:41
글쓴이 kilshi 2007-08-14 17:18:46, 조회 : 1,129

 

 

警世(경세)

 

富人困富貧困貧(부인곤부빈곤빈)

飢飽雖殊困則均(기포수수곤즉균)

貧富俱非吾所願(빈부구비오소원)

願爲不富不貧人(원위불부불빈인)

 

세상을 경계함

부자는 부유함으로 괴롭고, 빈자는 가난함으로 괴로우니

굶주림과 배부름은 달라도 괴로움은 마찬가지로다.

가난함과 부유함 모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거늘

바라건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기를……

 

 

二十樹下(이십수하)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인간기유칠십사)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스무나무 아래서

 

스무(二十)나무 아래 (낯)설은(서른:三十) 과객에게

망할(마흔:四十)놈의 집에서 쉰(쉰:五十) 밥을 주는구나.

사람으로서 어찌 이런(일흔:七十) 일이 있으리오

고향집에 돌아가 선(서른:三十)밥을 먹음만 같지 못하다.

 

※스무나무 : 느티나무과의 낙엽 활엽 교목

 

함경도 어느 집에 들어가 요기를 좀 시켜달라고 요구했더니, 그 집 주부는 밥상을 차려서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고, 호박잎에 보리밥 한 덩이와 날 된장 한 숟가락을 싸서 주었다. 김삿갓이 시장한 김에 그 집 앞 스무나무 아래 개울가로 가서 손을 씻고, 호박잎에 싼 밥을 먹으려고 집어서 입에 넣어 보았더니 쉰밥이었다. 쉰밥을 얻어먹으려고 남들로부터 냉대를 받느니보다 차라리 고향집에 돌아가 선밥(설익은 밥)을 먹는 게 낫겠다는 자조적 풍자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6.25 전이었음. 6,25 후에는 사람 죽고 죽이는 일도 많았으니까 인심이 흉흉했음) 끼니때가 되면 길가에 있는 집에는 밥을 얻어먹으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자주 있었다. 때로는 남루한 옷에 몰골도 초라한, 정말로 거지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먼 길을 가는 길손 같아 보이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리고 그 때는 어느 집에서나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 따뜻한 밥을 지어 드리는 특별대우는 못하더라도, 먹다 남은 밥이라도 상에 갖추어 정중히 드리는 것이 일반적 풍속이었다.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금술' -새러 티즈데일-  (8) 2021.10.06
김삿갓 시(詩) 감상(11)  (0) 2021.10.06
김삿갓 시(詩) 감상(9)  (2) 2021.10.06
김삿갓 시(詩) 감상(8)  (0) 2021.10.06
그리운 바다 -존 메이스필드-  (0)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