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01-31 17:16:23, 조회 : 1,346 |
책상 앞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면,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홀로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방관자가 되어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서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변화와, 핑핑 세상 돌아가는 소리와, 겁나게 달려 대는 차들과, 무슨 일인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여기서 바라보면 아무 변화도,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고정된 배경 화면에, 느릿느릿 기어가듯 지나고 있는 자그마한 장난감 같은 자동차들과,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작은 인형들 같은 사람들이 캔버스 여기저기에 붙어있을 뿐이다. 그 화면처럼 시간은 정체되어 있거나 아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데,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화면 위에 어둠이 내리고, 그리고 곧 밤이 밝아 캔버스 위에 태양이 빛난다. 홍콩에서도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층에 살았었지만 그런 걸 느끼지 못했었는데 여기서는 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나의 한가함 때문인가? 나이 때문인가? 그러나 그게 뭐 대순가. 시(詩)에서 말했듯이 그저 삶에도 죽음에도 인내할, 용기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부귀영화를 가볍게 여기네
Emily Bronte
Riches I hold in light esteem,
And Love I laugh to scorn;
And lust of fame was but a dream
That vanish'd with the morn;
And if I pray, the only prayer
That moves my lips for me
Is, "Leave the heart that now I bear,
And give me liberty!"
Yes, as my swift days near their goal,
'Tis all that I implore;
In life and death a chainless soul,
With courage to endure.
에밀리 브론테
부귀영화를 난 가볍게 여기네.
사랑도 까짓것, 웃어넘기네.
명예욕도 아침이 오면
사라지는 한 때의 꿈일 뿐이었다네.
내가 기도한다면, 내 입술 움직이는
단 한 가지 기도는
“제 마음 지금 그대로 두시고
저에게 자유를 주소서!“
그렇다, 화살 같은 삶이 종말로 치달을 때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삶에도 죽음에도 인내할 용기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장영희 번역)
삼악산에서 내려다 본 호반 춘천 -이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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