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권오익 | 2006-07-25 19:57:32, 조회 : 2,639 |
역사가 길고 내력이 있는 고을이나 동네에 가면
반드시 지명에 얽힌 전설이나 얘기 꺼리가 많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명기(名基), 즉 명당 이라고 하여 그곳에서는 이상하게
많은 인물이 배출되고 그러다보니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세력이 존재 합니다.
명기에는 반드시 내력 있는 집안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데 이른바 집성촌이죠.
내력이 있으니 자연히 인물도 많이 나옵니다.
이른바 ‘왕대밭에서 왕대 난다’라는 이론이죠.
서울에는 남산밑 회현동, 팔판동, 안동에는 하회마을, 내앞, 봉화 닭실....
경주의 양동마을, 성주의 대게마을 아산의 외암마을...........등등,
강릉도 예외는 아니죠.
강릉에서 사람이 가장 살기 좋고 지형이 편해서
인재도 많이 태어나고 명성이 높은 곳은 모산, 죽헌, 초당입니다.
이른바 강릉의 3대 명기(名基)죠.
모산봉은 칠사당 남쪽에 위치한 산인데 밥그릇을 엎어놓는 것과 비슷하다하여
밥봉 이라고도 하고, 볏짚을 쌓아둔것 같아 노적봉이라고도 하며,
인재가 많이 난다고하여 문필봉이라고도 합니다.
남쪽으로는 덕우봉이 있고 동쪽 낙맥에는 4세 3평장사를 배출한 강릉최씨 최입지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장터말이 있습니다.
서쪽엔 모래재, 북쪽엔 어리미가 있죠.
모산봉이 강릉의 안산이고 명기라 조선 중종때 강릉부사 한급이라는 인간이
강릉에서 큰 인물이 나는걸 두려워해 모산봉을 세자 세치 깍아버렸다는 얘기가 전하는데.........
아무튼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율곡이후 강릉에서는 이렇다할 인물이 등장하지는 못합니다.
(75년도에 상고출신 최각규씨가 43세에 상공장관이 되었는데,
이때 강릉에서 이율곡이후 400 여년만에 판서(장관)가 나왔다고 대단했었죠.)
작년인가요?
강릉의 젊은이들이 모산봉의 높이를 원래되로 할려고 흙으로 다시 쌓았다고 하는데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전설을 믿고 사는 강릉사람들의 정신세계는 가히 기록감입니다.
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과 이율곡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합니다.
시루봉에서 뻗어내린 줄기가 경포까지 이어졌고 그 중심부에 죽헌이 있습니다.
강릉으로 들어온 객반들이 처음엔 주로 이곳 죽헌, 저동, 대전동 일대에서
터를 잡았는데 그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언덕이 있고 시야가 넓으며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적인 조건이 아주 뛰어나서 그렇다고 보여 집니다.
안동권씨 강릉 입향조 권송의 후손들이 모여 살았고
삼척심씨 심언광의 후손, 전주이씨 효령대군의 후손이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초당은 아무래도 허엽을 비롯한 양천허씨 일족이 살아서 그런 얘기가 있나봅니다.
허엽은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고 그 양반의 호가 초당이라
후세 사람들이 그곳을 초당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아들인 허봉, 허성, 허균 3형제도 모두 문과에 급제하여
아버지 허엽과 함께 일세 4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특히 난설헌으로 알려진 딸 허초희 때문에 초당의 명성이 높습니다.
허난설헌이 26세에 강물에 몸을 던져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데
그녀의 시적감각과는 별도로 남편복은 지지리도 없다고 하는데,
반면 그녀의 남편이었던 안동김씨 김성립의 입장 에서보면
허난설헌이야말로 지긋지긋한 악처의 표본이 되겠죠.
실재로 김성립은 아내 허난설헌이 죽고 나서 일이 잘 풀려
재혼한 부인에게서 아들도 태어나고 문과시험에도 급제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물론 그 자신도 임진왜란때 일본군에게 잡혀 죽고 말지만요.
각설하고,
요즘 들어 죽헌과 초당은 이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뿐
일반인들이 들어가 살만한 곳은 못 되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모산이 유일한데
그것도 바쁘디 바쁜 젊은 사람들은 쉽지 않지요?
하여, 이런저런 얘기들은 그저 흘러간 전설로 기록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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