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단가(短歌). 하이쿠(俳句)·센류(川柳)

4. 거미 왕국

최길시 2022. 2. 22. 14:37

4. 거미 왕국

 

날이 갈수록

촘촘해진 거미줄

날 곳은 어디

거미왕국 닮아서

두꺼워지는 법전

 

 

☆. 따뜻하고 평온한 숲이 있었다. 그 숲에 독거미 몇 마리 생겨나 구역을 나누어 가지고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더니 날마

   다 더 촘촘히 쳐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거미줄에 독나방은 걸리지 않고 여리고 힘없는 하루살이들만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 거미왕국 안 독나방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독나방은 그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묘책을 파악하고 있었든지, 아니면 거미줄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안에서만 활개를 치고 살아가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법전이 나날이 저렇게 두꺼워져 간다. 그런데도 세상은 요상하게도 점점 더 교활하게 꼬여가고, 독거미 새끼들만 활

   개치고 나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석가나 예수 같은 옛 성인들이 왜 인간의 사랑과 자비에 목숨을 바쳤을까? 인간세상

   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따뜻하게 유지되는 일은 인간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너무도 잘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애절했던 그 마음이 수천 년을 지나왔으면서 개선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2022.2.22. 이렇게 2가 줄줄이 늘어서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섰는 오늘에도. 검은 독거미 한 마리는 아랑곳하지 않

   고 전쟁을 선포해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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