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 정 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 시인의 시는 중학교 때 고등학교 누나의 책에 나온 ‘국화 옆에서’를 읽고부터 아주 좋아했었지요. 이 시는 더욱 좋았었는데, 무언지 말로는 할 수 없었지만, 마음 밑바닥에 잔잔히 흐르는 아련한 한숨 같은 것이 있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돌아온 언젠가(5공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분이 무슨 정치인과 관련된 그답지 않은 얘기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부터는 딱 싫어져 그분 시를 다시는 돌아보지 않게 되었지요.
시 해설을 써 달라고 하셨는데, 나는 시인도 아니고, 시 해설가는 더욱 아니고, 시는 늘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쭙잖은 해설을 붙일 수가 없네요. 굳이 해설을 보려면 시중에 틀림없이 해설해 놓은 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를 읽고 남의 해설을 읽을 필요가 있나요? 이 시에 대한 시험을 치를 것도 아니면서……. 읽으면 마음속을 흐르는 느낌이나 몸을 타고 내리는 전율 같은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요? 시란 읽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나 생각이 모두 다를 텐데 정답이 어디 있겠어요.
이지현씨도 연꽃같은 누구(하느님, 부처님, 아버지 어머니, 연인이든 이지현씨에게 가장 소중한 그 무엇)를 만나고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도 방금 전이 아니라 얼마 전에 만나고 헤어져 돌아가는 길이라면 어떤 마음일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쓴이 | kilshi | 2009-03-04 08:27:25, 조회 : 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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