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질의응답

김지연 선생님에게(1)

최길시 2021. 9. 27. 19:47

  요즘 학생들은 본인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우리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참고서도 그 무엇도 없어 얼마나 많은 의문들을 가지고 고민하고, 향상되지 않는 실력에 실망하고 했습니까? 지금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아직 그쪽에 한국어 공부에 필요한 교재나 참고서 같은 것이 부족하고 환경이 안 되어,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고민을 선생님들이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내 저서에서도 썼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10살 미만의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무조건 나를 따라 읽고, 따라 말하라고만 해서는 한국말을 빨리 정확히 익힐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배우는 사람에게 의문과 실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말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글자를 가르치기가 어려울 것 같은 어린아이(취학 이전 아이)에게는 정확한 발음으로 계속 한국말을 들려주고 따라하게 하여, 그 말이 익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릴수록 금방 귀에 익숙해지고, 정확하게 발음을 따라합니다.
글자를 가르치기에 충분한 나이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문자의 습득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 문자의 모양과 발음을 먼저 익혀야 그 언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어에는 ‘한글’이라는 매우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가 있습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라는 건 세계의 모든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세계적 언어인 영어도 하나의 글자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음을 냅니다(예: a 아,어,애,에이, 등등) 그래서 새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 발음기호를 보아야만 정확한 발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글은 기본 문자의 수가 적어 익히기 쉬운데다, 또 1문자 1음이기 때문에 한 번 익혀두면 도움없이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물론 때때로 모음동화, 자음접변 현상이 있는데 그건 처음부터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내 졸저(拙著)를 읽으셨다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치려면,
1. 선생님이 한국말을 잘할 뿐 아니라, 한국어의 특징(문자, 발음, 문법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2. 선생님이 현지 언어(김선생님의 경우 중국어)의 특징도 잘 알아서, 두 언어의 차이점을 비교해 가르치면 한국어 습득  이 정확하고 빠릅니다.
3.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상황이나 형편에 맞도록, 교재와 보조자료를 직접 만들어 수업에 임하는 것이 효율적입 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에는 연구나 체계 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고, 연구를 거쳐 체계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걸 설명해 놓은 건 찾아보기 힘들고, 더구나 선생님의 생각과 맞는 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할 때, 우선 한글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글자를 보고 읽을 수 있고, (2)그 음성을 귀로 듣고 알고, (3)그 소리를 스스로 정확히 발음할 수 있고, (4)그 소리를 듣고 글자로 쓸 수 있으면 완전한 한국어 능력입니다.

글자에는 뜻글자와 소리글자가 있는데, 한자는 뜻글자기 때문에 그 수가 무수히 많고, 한글은 소리를 표기하는 소리글자인데, 일본글자처럼 음절문자가 아니고 단음문자인데, ‘모음 21개’ ‘자음 19개’ 모두 40개가 있고, 반드시 이 자음과 모음이 합하여야 음절을 이루고, 이것들의 조합으로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표시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자·모음 발음을 정확히 익혀놓으면 앞으로의 진도가 빠른데, 이걸 대충해 놓거나 잘못 버릇들여 놓으면 나중에 교정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먼저 ‘모음’을 가르칩니다. 모음은 홀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음’은 입모양, 혀의 위치와 상관있습니다. 처음 가르칠 때 혀의 위치까지 자세히 설명하면 어렵다는 인식을 주니까, 입모양과 소리를 정확히 익히도록 하면 좋습니다.
1. 보통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를 가르치고 마는데, 그러면 나머지 모음을 가르치기 힘듭니다. 그래서,
단모음(하나의 소리,10개) -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ㅚ, 이것을 입모양과 소리를 철저히 익히도록 합니다. 글자를 보고 읽는 것은 물론이요, 소리를 들려주고 쓸 수 있으면 완전히 익힌 것이 되겠지요.
이중모음(둘 또는 셋의 합음,11개) - ㅑ=ㅣ+ㅏ, ㅖ=ㅣ+ㅔ, ㅙ=ㅗ+ㅐ, ㅢ=ㅡ+ㅣ (나머지 책 참조)
중국인들은 아마도 ㅐ, ㅔ의 구분이 어려울 것이며(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지요), ㅚ, ㅟ, ㅢ 같은 발음이 잘 안 되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의 21개의 문자를 보고 발음을 정확히 할 수 있고, 또 그 소리를 듣고 이 모음들을 구별하여 쓸 수 있으면 모음의 습득이 완전히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15명 정도의 보통 지능 학생 집단이라면 1시간 정도로 충분히 습득 가능할 것입니다)

2. ‘자음’은 홀로는 절대로 소리를 낼 수 없고, 반드시 모음과 합하여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자음을 가르칠 때도 보통 보면, 우리가 배운 ‘ㄱ, ㄴ, ㄷ, ㄹ,……’의 순서로 ‘기역, 니은, 디귿, 리을, ……,하고 열심히 이름을 외게 하는데, 그 순서는 사전 찾을 때에나 필요할 뿐이고, 이름은 한국어 배우는 데 별 도움이 없으니 쓸데없는 일이지요.
‘자음’ 발음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려면, 발음방법이 같은 것끼리 묶어 지도하는 것입니다. 세종대왕께서 지은 훈민정음에도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한 가지만 예로 들면,
‘입술소리’ - ㅁ, ㅂ, ㅃ, ㅍ. 이 넷은 입술을 닫았다가 열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ㅁ(m)’은 입을 닫았다가 열면서 코로 숨이 나가며 내는 소리 'ㅂ(b,p)'은 입을 열면서 숨이 나가며 내는 보통소리, 'ㅃ(pp)'은 ‘ㅂ’과 같으나 입술근육을 긴장시켰다가 터뜨리며 내는 된소리, ‘ㅍ(p)’은 ‘ㅂ’과 같으나 날숨을 세게 뱉는 거센소리. 이 소리들을 모음과 합하여, ‘마’, ‘버’, ‘뽀’, ‘푸’, ‘먀’, ‘뷰’, ‘뽜’, ‘풰’ 등 글자 읽기 연습으로 이 자음들의 음을 익히도록 합니다.
(나머지 자음은 책 참조)

이렇게 19개의 자음의 발음 방법을 이해하고, 모음과 합한 글자를 통하여 읽기를 익히는 것도 2,3시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발음(읽기) 연습을 할 때, 중국인들이 잘 안 되는 발음이 있습니다. 중국어에는 혀를 구부려내는 권설음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발음이 없어 중국인들은 습관적으로 그런 발음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우리 발음 중에서 경음(ㄲ,ㄸ,ㅃ,ㅆ,ㅉ)과 격음(ㅋ,ㅌ,ㅍ,ㅊ)의 구분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또는 개인의 발음 버릇 때문에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면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빨리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3. 받침 읽기(특히 일본어에 이런 발음이 없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받침 발음에 매우 어려움을 겪습니다) - 자음 19개 중에서 16개가 받침으로 나오지만, 실제 발음은 대표음 7가지로만 발음됩니다. 겹받침(예:흙)도 11종이 있지만 이것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니 처음에 한꺼번에 가르치지 말고 그런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가르칩니다) 더 자세한 것은 책 참조 바람.

(다음에 계속) 

 

 

글쓴이 kilshi 2012-08-12 17:08:20, 조회 : 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