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질의응답

김지연 선생님에게(2)

최길시 2021. 9. 27. 19:50

일단 한글 읽기 요령이 이해되면, 한두 시간 더, 기본 단어나 짧은 생활회화 문장으로 읽기 연습을 하면서 학생 개개인이 가진 발음의 잘못을 교정해 줍니다. 읽을 때나 말할 때 잘못 된 발음은 그때그때 지적하여 지도해야 합니다. 이때, 발음의 자연 현상인 연음법칙(국어→구거, 범인→버민, 꽃을→꼬츨, 있어→이써, 등등)을 이해하고 익숙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음동화(접변)가 되는 단어는 처음엔 가급적 피하되, 부득이 그런 현상이 있는 말이 나오면 많은 여러 현상(‘약물→[양물]’, ‘신라→[실라]’, ‘종로→[종노]’, ‘몇 리→[면니]’등)을 한꺼번에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복잡하고 어렵게 인식하는 것 같음) 직면한 그 현상만 설명하고 예를 여러 개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먹는다→멍는다, 약물→양물, 국민→궁민, 속물→송물)

언어능력 숙달은 곧 귀와 입의 훈련입니다. 회화능력(음성언어)은 1:1회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좋습니다. 무조건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발음이나 어법을 지적해 주어 고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한국어 능력이 빨리 정착됩니다. 회화할 상대가 없으면, 그 사람의 한국어 능력과 관심에 맞는 책을 많이 읽도록 권장해 줍니다. 읽을 때는 묵독하지 말고, 빨리 읽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정확한 발음으로 소리를 내어 읽도록 합니다. 자기가 읽는 것을 녹음하여 들어보도록 하는 것도 자기 발음의 교정이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어법의 차이

중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데 큰 장점은, 한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번체자를 잘 모른다고 하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어에 한자어가 5,60%나 되기 때문에 한국어의 한자 낱말을 익힐 때 한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뜻은 이미 아는 말이고, 그 한자에 대한 한국식 발음을 알면(대체로 하나니까) 다른 말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 매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한국어와 중국어는 언어 종류가 다르니까 어순이 다르지요. 언어 종류가 다른데도 중국어 기본문 어순은 영어와 비슷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들보다 영어에 빨리 적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말 숙달의 일차 장애물이 어순입니다. 우선 그것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또 하나는 중국어에는 없는 ‘조사’와 ‘어미’입니다. 특히 미국 중국 사람들이 이것을 어려워합니다(일본어에는 그런 것이 있어 큰 저항이 없음). 우리말은 첨가어이기 때문에 문법에서 이 조사와 어미가 매우 중요합니다. 체언에 (~이,~가)가 붙어야 주어가 되고, (~을,~를)붙으면 목적어가 됩니다(중국어는 단어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걸로 아는데). 또 미묘한 말뜻을 이 조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 회화에서는 이 조사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들은 조사나 어미 활용을 아예 무시하고 잘 가르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면 중,고급으,로 올라가면 조사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됩니다. 특히 작문(문어)에서는 조사 생략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문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용언의 어미 활용이 원활해야 대화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알면서 생략하는 것과 처음부터 모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말의 높낮이가 잘 발달해 있는 한국어를 상황에 맞게 제대로 하려면 어미 활용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 조사와 어미의 종류와 쓰임이 매우 다양해서 사실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그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하기 힘들지요. 그래서 그런 복잡하고 다양한 어미 조사를 처음부터 마구 들이대지 말고, 초급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조사와 어미를 골라 그것을 집중 연습하고 나아갈수록 점점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이 조사와 어미 사용이 원활하다면, 그 사람은 한국어 습득이 끝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초급에서 중급,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간다고 하는 것은,
1.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어휘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
2. 다양한 조사 어미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2. 점점 길이가 긴 문장도 잘 이해하고, 긴 작문도 할 수 있다는 것.
3. 언제 어느 때나 한국어 사용이 원활하다는 것.

그러므로 중급 교재(고급 교재는 차라리 신문 같은 것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도, 가능하다면 교사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과 기호에 맞추어, 단원의 영역을 정하고, 관련 어휘 수를 늘려서, 조사와 어미의 활용을 다양하게 늘리고, 문장 길이를 점점 길게 하고, 문장 내용 수준을 높게 하여 문장을 만들어,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훈련을 재미있게 하면 될 것입니다. 교재를 직접 만들기 어려워, 시중의 것을 선택할 때(요즘 시중에 워낙 많은 교재가 나와 있는 모양인데)는 남의 얘기나 추천보다는 선생님의 가르치려는 의도와 가장 비슷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어능력의 완성은 쓰기(작문) 능력으로 결정됩니다. 말을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그건 생활회화일 뿐입니다. 회화(음성언어)는 좀 틀리거나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지만, 작문(문자언어)은 철자법에서부터 문장 표현까지 정확을 요합니다. 철자가 엉망이고 써 놓은 글의 어법이 곳곳에 틀린다면 그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작문을 잘 한다는 건 독해능력도 좋다는 뜻이 됩니다. 작문을 잘하자면 많이 써 봐야 하는데, 써 놓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는 철자법이나 문법에 틀린 것, 또 단어 사용의 부적절한 것도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첨삭지도를 받아서 잘못된 점을 알고 고쳐 나가야 합니다. 작문 연습으로는 매일 매일 일기를 써서 검사 받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상의 지도 방법은,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체계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법입니다. 그냥 한국 여행을 위한, 또는 간단한 생활 회화를 배울 목적이라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 없고, 자주 쓰이는 짤막짤막한 회화구를 골라(한 4,50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정확한 발음으로 무조건 외게 하는 것이 빠르고 쉬운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단어를 외워서 기본문장에 대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상, ‘효율적인 한국어 지도 요령’에 대하여 대강 말씀드렸습니다. 의문이나 요망사항이 있으면 또 글을 주시기 바랍니다.

아 참, 선생님은 중국 어느 지역에서 수고하고 있습니까?

 

 

글쓴이 kilshi 2012-08-13 17:18:01, 조회 : 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