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8-05-13 14:28:30, 조회 : 751 |
어제 '부처님 오신날' 길상사에 다녀왔다. 어느 절에 가거나 마찬가지겠지만, 두 시간 넘게 걸리는 먼 그곳에 가고싶은 이유는, 대부분의 절에서는 내는 금액에 따라 연등의 종류도 다르고, 다는 위치도 달라지지만, 길상사에서는 각자의 형편에 따라 성의껏 받고, 모두 같은 모양의 연등을 차례로 달아주기 때문에 좋고, 봉축법회를 할 때에 법당 중앙에 갑자기 위대한 불자자 된 듯이 국회의원이니 무슨 고위 공직자니 하는 위인들이 버티고 앉는 절들이 많은데, 거기에는 그런 꼴불견이 보이지 않아 마음 뒤틀리지 않아 좋고, 언제나 맑고 향기로운 바른 말씀을 해 주는 법정스님의 법문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인데도 경내의 풍경이 번잡하지 않고 조촐한 시골 같은 풍경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도 좋다.
지난 겨울 동안 입원해 계셨다더니 목소리도 전과 다른 것 같고, 말씀도 전보다 짧아 어쩐지 쓸쓸하였다.
말씀을 메모하다가 도중에 놓쳐버려, 동아일보에 게재된 것을 옮겨 싣는다.
지난 해 10월 가을 법회 이후 은거해 온 법정 스님이 오랜만에 불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법정스님은 '70년 몸을 이끌고 다니다보니 부품을 고치느라 이곳을 여러 차례 비웠다'면서 '살아있음은 기적이고 축복'이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부드럽게 법회를 시작한 법정스님은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땅의 생명을 파괴하는 재앙입니다. 우리 국토는 오랜 역사 속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영혼이고 살이고 뼈입니다. 후손에 물려줄 신성한 대상입니다. 대운하는 역사와 조상과 생명에 대한 모독입니다.'
법정스님은 병을 앓고 난 뒤의 느낌도 전했다. '앓고 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절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기 위해선 마음을 제대로 쓰는 '용심(用心)'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열고 후회없이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어려움 없는 사람, 어려움 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습니까. 밝고 열린 마음으로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사세요. 예불도 독경도 모두 마음을 바로 쓰기 위한 것입니다.'
법문 시작 전에 스님에게 '그 동안 강원도 어디에 계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대답. 무소유의 철학이었다. '어디에 있었는가가 무슨 의미인가요.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떠나며 사는 것이죠. 집도 그렇고 몸도 그렇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길상사 일주문 앞에 스님의 글이 붙어 있었다. '어디에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삶의 가치가 있는지 곰곰히 헤아려 보아야 한다. 그런데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가슴을 우리는 잃어가고 있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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