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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임정현-

최길시 2021. 10. 7. 09:17
글쓴이 kilshi 2007-09-06 09:42:35, 조회 : 1,078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니면서 9월 날씨가 이렇게 지질거리는 것도 드문 일이지요. 9월에 날씨가 좋아야 곡식도 잘 여물고 과일들도 제대로 맛이 드는데, 금년은 아마도 이 날씨 때문에 기대가 어긋날 것 같습니다.

대선 때문에 정치권이 온통 야단발광을 하면서, 서민들의 마음도 공연히 뒤숭숭하고 허공에 둥둥 떠돌고 있습니다. 자고로, 국민들이 정치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고 했는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신경을 쓰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각박하다는 것이겠지요.

날이 개거들랑 오곡이 여물어가는 바람소리도 듣고, 고추잠자리의 빨간 몸통에서 어릴 적의 꿈도 떠올려 보고, 푸른 가을 하늘에 무거운 마음들을 모두 털어버리도록 합시다.

 

 

9월

임 정 현

 

들녘에

바람이 여물어가는 소문

 

채송화 도란거리는 뜰에

고추잠자리 졸고

 

하늘은

점점 속을 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