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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최길시 2021. 9. 29. 14:26

 

글쓴이 한광석 [홈페이지] 2006-02-15 22:38:09, 조회 : 1,850

선생님,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렇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르도록 선생님의 수업을 한번 못 받아 보고 마는구나 했는데 가장 의미 있는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을 하늘이 제게 준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수업내용이 준 감동은 다음에 말씀 올리기로 하고 선생님께서 그 수업에 저의 출석을 허락해 주심으로 해서 얻은 귀한 감동 두 가지를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번 수업에 가서 만난 동호초교 10회 선배님들은 무려 35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 만나 뵌지라 서먹하여 별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왔지만 실은 제가 중학교 시절 가장 존경했던 선배님들이었습니다. 동호초교 출신 선배님들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선배님들 모두가 선생님의 훈도를 받은 선배님들이라는 것은 박덕용 선배님 말고는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런 선배님들을 훈도하신 분이라는 사실이 수업 내내 존경스럽고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살아오면서 어떻게 하든 수소문하여 찾아서 뵙고 싶었던 박 영근 선배님을 이번에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도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선생님께 감사 올립니다.

또 한 가지는 교사가 학생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그 학생의 삶을 결정지을 만큼 위력적이고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은 말로는 들어 보았어도 그 현실적인 입증이 선생님의 제자 분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묵호초교 여성 제자 분께서 초교시절 선생님께서 “너는 책임감 있는 아이로구나. 앞으로 책임감 있게 살 것이야” 라고 건넨 한 마디가 그 분 평생 삶의 온 무게를 지탱시켜준 버팀목이었다고 감사해 할 때 그것은 전율을 실은 감동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분의 따님이 선생님을 교장선생님으로 모시고 분당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니 사제의 인연이라는 것이 천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의 사회적 의미는 우리 사회에 건강하게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이 땅에 선사한 마지막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 (www.shakespeare.co.kr)에 게재하였습니다. 다른 곳에 실을 수도 있으나 이 사이트는 일반인들이 대 다수이긴 하지만 2000 여명에 이르는 많은 교사와 전국 사범대학의 예비교사들이 참여하며 보고 있는 터라 교육목적상 여기에 실었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은 새로 선생님 게시판에 옮겨 놓겠습니다.

그리고 선보이신 섹스폰 연습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닿으면 춘천의 소양강에 떠 있는 위도라는 섬에 “마지막 수업”의 동창생들을 초대하여 선생님의 한 여름밤의 섹스폰 독주회를 열어 보았으면 합니다. 언제 한번 사모님과 춘천에 오셔서 위도에 강을 끼고 자리 잡은 아담하고 예쁜 스테이지를 점검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자주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소식 드리겠습니다. 그럼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이 되길 기원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춘천에서 한 광 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