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병철 | 2019-10-02 11:01:31, 조회 : 594 |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그리고 선배님 후배님들! 저는 1983년 강릉고 1학년1반 학생 이병철입니다.
2006년 2월11일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에 참석하고 물론 그 전후로 몇 년간 이 홈페이지를 통해
얘기를 나눴지만, 그동안 뜸(?) 하다가 거의 10년 지나서 다시 오게 됐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9월22일 황혼, 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를 선생님께 받고 읽고 그 독후감을 오늘 올렸는데,
여기에도 올리라는 말씀을 듣고 이참에 용기내어 인사 겸 글도 올립니다.
'황혼, 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를 읽고
황혼, 인생에서 해가 뉘엿뉘엿 어스름할 때는,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세계입니다. 당연히 오는 과정인데, 무척 슬플 것도 같고 외로울 것도 같고
초연해지려고 노력할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좀 피상적일 수 밖에는 없는,
시나 소설에서 노년을 노래하고 귀밑머리 희어짐을 애달퍼 하고, 세월이 쉬이 가니 공부해라라는
짧은 금언도 접했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교감한 것은 처음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참 감동적이고 주옥 같은 시, 황혼 그리고 도입부 황혼의 일상 정말 좋았습니다. 사람의 황혼은
각각의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선생님의 황혼은 끈질지게 공부하며 살아오셨고 또 배움을
즐기시고 더구나 이렇게 책을 내시는 모습이 아주 존경스럽고 또 눈물겹습니다. 한 작가의
황혼에 대한 장엄하고 처절하고 교훈적인 모습이 마음을 울립니다. 어디까지 감정이입이 될련지는
잘 모르지만, 좋은 지침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년(오십 중반부터 육십 중반까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선친이 떠올랐습니다. 6.25전쟁 때 13세이셨고 1.4후퇴 때 둘째 큰 형님과
개나리봇짐지고 주문진에서 울진까지 걸어서 피난 가며 하도 배가 고파서, 제사 후 길가에 버려진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경찰공무원을 퇴직하시고 조금씩조금씩 드시던 맥주가
15년이 지난 후에는 건강이 악화되어 돌아가셨습니다. 저하고는 그렇게 살갑지 못했지만, 손녀들은
좋아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기승전결 구성으로 본다면, 황혼의 일상 특히 새벽의 일상은 선친의 일상도 떠오르고 지금 강릉에
계시는 어머니의 일상도 떠오르고 또 휴일날 아침 저의 일상도 오버랩되며 참 처연해 보였습니다.
마치 실시간 방영되는 것 같은, 그림으로 치면 세세한 붓터치의 묘사 처럼도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의 회상 돌아보면 저만큼에, 오늘의 급변하는 문명과 문화의 이기 급변하는 세태를 통한
적응과 부적응의 분투기를 보는 듯해 또다시 마음을 울립니다.
끝으로 여러 제자들의 글은 과거로부터의 회상이지만, 어떻게 보면 선생님을 따라가는 제자들이
과거를 회고하는 기회도 되지만 반대로 그분들의 미래가 그려지겠지요! 인생의 등불 '1964년 그 아이'
박미령 선배는 글을 통해 지금껏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참 올바르게 현명히
살아오지 않았겠나 이런 생각이 들고, 따뜻하면서도 그때의 모습을 비추는 맑고 투명한 호수와 같은
느낌입니다.
'살기 위해 죽을 각오도 했었다. 그땐 꽃밭도 바다도 죽기살기로 악다구니치던 진흙밭'의 청춘을 지나
이제는 '노을 지고 땅거미 내리는데 어제가 아쉽고 오늘이 서럽고 내일이 적막하여 독백하는 황혼길의
방담'을 하시는 선생님! 부디 이 선생님의 황혼을 건강히 행복하게 즐기시길 비옵니다.
2019년 10월2일 이병철 올림
추신)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지고 무거워집니다. 저도 2006년 2월11일
마지막 수업 이후로 그간 읽었던 책이나 세상사의 정서를 글로 쓰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2011년 3월10일부터 시작했는데 그 중에 몇 편을 골라 화일로 보내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재인 정부 규탄(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4) | 2021.10.30 |
---|---|
생각 관람 (1) | 2021.10.30 |
광화문의 함성 (0) | 2021.10.30 |
한가위, 그리고 수확 (0) | 2021.10.30 |
'이타미 준의 바다' (0) | 2021.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