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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최길시 2021. 10. 28. 06:51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5-06-25 13:01:49, 조회 : 627

 

 

오늘은 6.25 65주년.

 

매년 이날이 되면, 한 손엔 너덜거리는 고무신을 들고, 한 손은 김순경인가 심순경인가(그때 우리집에 하숙하고 있던 사천지서 순경)의 손을 붙잡고 신작로를 따라 뱀재고개를 헐떡거리며 오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뱀재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던 동해의 아침해는 왜 그리 붉던지, 길가 풀잎에 맺힌 이슬은 왜 그리 영롱하던지…….

중학생이 되면서 해마다 이날 반공궐기대회에 동원되어 맨 꽁무니에 붙어서 뙤약볕 아래에서 몇 시간이고 서 있다가 현기증이 일어 그늘에 나가 앉아 어지러움을 달래던 기억도 있다. 70년대엔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과 6.25상기 시가지 행군훈련하던 기억들도 남아있다.

어제 영화「연평해전」이 개봉되었는데, 전사한 의무병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씨의 인터뷰가 신문의 1면을 메우고 있었다.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軍人)의 부모였습니다이쪽에서는 나라를 지키다 죽은 전사자들의 초상을 치르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일본 축구장에 가서 빨간 넥타이를 하고 손뼉을 치고 있었습니다.”라는 활자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런 ×같은 대통령’. 문득, 그가 받은 노벨평화상은 장렬하게 전사한 이들의 영전에 헌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벼락같이 가슴을 강타했다..

「연평해전」을 보았다. 60년대 중반 나의 31개월 군대생활이 장면 장면들에 오버랩되면서, 그때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도 그리운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도 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지휘부의 꼬락서니엔 울화가 치밀었고, 처절한 전투 장면과 투병, 장례 장면에서는 뜨거움과 애처로움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이렇게 지켜 온 것이 우리의 오늘이 되었고, 그래서 그들의 피가 우리의 자유와 안전을 지켜준 것이다.

이땅에 발을 디디고 공기를 마시고 사는 사람이라면, 아니 적어도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민된 의무감에서라도, 젊은 피를 흘리고 목숨바쳐 싸운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에서라도 이 영화를 꼭 보기를 바란다. 의식적으로 보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모르긴 하거니와 옛날 그 빨갱이의 후손이거나, 누구의 덕으로 현재를 호강하며 사는지도 모르고 날뛰는 종북좌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 제작에 어려움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다는 자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왜 몰랐을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