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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노래

최길시 2021. 10. 26. 07:17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3-08-31 12:10:37, 조회 : 1,058

 

 

어깨 죽지에 소슬한 기운이 느껴지는 오늘, 초가을 아침은 테너 김부열의 ‘사공의 노래’다. 갓 구운 크로와상처럼 바삭바삭한 대기. 느릅나무 숲 아래 초라한 의자에 앉은 나는, 이윽고 고향 강릉 바닷가에 섰다. 파도는 끊임없이 바위를 감싸고, 시간은 고등학생의 붉은 볼에 머문다.

짧은 삼고머리 베르테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 어디로 가고 싶었고, 누구와 사랑에 빠지고 싶었던 것일까? 덜 여문 소년의 꿈과 미래는 어디까지 나아간 것일까? 소망은 이루어 진 것인가?

남대천 거슬러 서울로 간 청년은 뜻밖에 바다를 만났다. 바다는 도시에도 있었고, 고향바다보다 백만 배나 더 거칠었다. 그리고 도시의 바다는 언제까지고 잠들지 않았다. 열정과 매혹과 욕망의 도가니, 도시는 용광로였다. 도시는 기계적으로 희생자과 포식자를 선별하는 자동화시스템이었다. 도시의 규칙은 오직 하나. ‘지구에 온전히 매달리기’

이제 채마밭에 쪼그리고 앉은 노부부 고운 자태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나이. 회전문 돌며 잠시 망연했을 뿐인데, 혼란스러운 꿈자리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데, 인생은 이미 머릿결에 서리가 앉았다. 이슬 맺힌 벼이삭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테너의 음성, 사공의 노래, 강릉 해변. 아아. 진짜 가을이네. 또 다시 가을이 시작이네.

牧馬 김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