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김명기 대장의 목장통신 #6] 승마는 아직 학교에 들어 올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길시 2021. 10. 25. 09:37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3-06-19 09:19:13, 조회 : 1,445

 

 

 

[김명기 대장의 목장통신 #6] 승마는 아직 학교에 들어 올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승마대중화를 부르짖으며 지난 10년간 죽도록 일했지만, 남은 것은 오욕과 멸시, 뒷담화’ 라고 고교 은사님께 투덜투덜 말씀 드렸더니, 조선 중기의 큰 유학자 남명(南冥) 조식의 詩(시)를 주셨다.

우연히 읊다偶吟(우음) ― 조식(曺植·1501~1572)

바른 선비 사랑하는 사람들 태도는, 범 가죽을 좋아함과 정말 똑같다.
살아서는 죽이려고 대들다가도, 죽은 뒤에 아름답다 모두들 칭송하네.

아, 그렇구나. 스승님의 훈계, 정문일침에 난 입을 다물 수밖에. 이런 일은 아주 작은 일을 도모하는 나 개인의 입장뿐 아니라, 국가나 민족 또는 인류를 위해 일하는 위대한 분들에게까지 모두 적용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질이다. 돌아보니, 토요토미의 조총에 속수무책이던 임진년 전쟁 통을, 이리저리 뛰며 민족을 구하신 성웅이 순신에게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짓을 했나? 진리를 찾고 도덕적 고양을 부르짖던 소크라테스는 과연 어떻게 죽었나? 인류를 구원하려던 젊은 예수에게, 인류는 과연 어떤 짓을 저질렀나? 이렇듯 사람들은 위대한 리더에게 늘 참담한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나 같은 게 도대체 뭐라고. 나는 개미처럼 미미한 존재다. 미련하게 500년 전 사람들도 다 아는 것을 여전히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니,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있다. 그분 앞에서, 나는 여전히 17세의 까까머리 고교생이다.

다시 ‘찾아가는승마교실’ 이야기로 돌아가자. 전편에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한 1개 팀에 4개 학교 이상은 되어야 큰 손실이 없다. 하지만 학기 초에 갑자기 6개 학교를 계약 하기란 쉽지 않다. 20개 이상의 학교를 쫒아 다녀야지만, “그렇게 위험한 승마를 왜 해야만 하는지?” 간신히 교장선생님을 설득하여, 간신히 6개 학교를 계약할 수 있다. 그렇게 간신히 계약만 하면 끝일까?

아니다. 이제부터는 각 학교에 홍보물을 보내고, 승마교사들의 서류들을 보내고(성범죄경력 증명서가 제일 중요하다.), 수강생을 모집 해야만 한다. 천신만고 끝에 학부모운영위원회 설명까지 잘 끝냈는데, 수강생이 10명 미만일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측은하게 여기신 교장선생님께서 교사나 학부모님들까지 모아, 10명 이상이 되어 간신이 수업을 열어 주시는 고마운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것으로 끝이다. 다음 년도 까지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일 년 후에도 결과는 모를 일이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는 수강생들의 부담을 없애려 가격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역시 승마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승마가 전공필수도 아니고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학교 공부가 우선이다. 그 다음은 영어, 수학, 과학, 음악을 두루 거치고 나서 비로소 승마다. 그러자면 원어민 영어 10만원, 수학 5만원, 과학 5만원, 음악 5만원, 축구교실 4만원, 줄넘기 3만원(이것은 대략적인 가격이다.) 을 합치면, 매월 32만원 돈이다. 여기에 승마교실 13만원을 더하면, 45만원. 아이 간식까지 한 아이에 50만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스쿨뱅킹으로 미리 한 분기 3개월 치를 걷는다. 3개월에 150만원을 미리 학교에 납부해야 한다. 아이가 둘이라면 300만원이다. 일 년은 4분기니까, 1,200만원.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라면 절대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 요즘 아이교육에 성공하려면, 엄마의 열성,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승마비용을 아무리 쥐어짜도 학교에서는 일부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위화감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래서 ‘차상위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 승마교실을 자주 갖지만, 이번에는 중간층의 아이들이 승마를 못한다. 돈이 많거나 없거나, 둘 중 확실해야만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승마교실을 하는 우리도 어렵고, 수강료를 내는 부모들도 어렵고, 학교도 어렵고, 정부도 어려운 일이다. 승마교실을 한 학교, 한 학교, 늘이는 일은 정말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헛되게 하는 사람도 있다.

후발 주자인 E사는 각 학교를 다니면서 내 욕을 한다. 김명기가 어쩌고 욕만 하면 계약이 E사로 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서로 간에 욕을 해대는 승마계의 나쁜 관행을 교육현장에 끌어 들여도 괜찮을 것일까? 이미 3개의 학교에서 통보를 받았다. ‘지금 학교에 들어오는 어느 과목도 서로를 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승마만 귀 업체를 헐뜯네요. 우리 입장에서는 헐뜯는 업체를 채택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업체를 선택할 수도 없네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더 큰 일이니까요. 승마는 아직 학교에 들어 올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장선생님들은 협의회가 있고 연수 등으로 만날 기회가 많다. 이렇게 헐뜯는 상황을 다른 교장선생님들께 전하면 어떻게 될까? ‘귀족스포츠고 골프보다도 윗길이고, 신사들의 스포츠’라는 것이 승마에 대한 현재 학교의 인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누워서 침 뱉기, 아니 제 얼굴에 똥칠하기를 하고 다니면 어떨까? E업체는 자신들이 경합에서 떨어진 학교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학교에도 김명기를 욕하고, 문화관광체육부에도 모함을 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런 곳에서 일일이 다 전화를 받고,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을 했기에 알았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수준으로 앞장서서 승마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만 초등학교가 600개, 수도권에는 2,000개다. 전국으로는 약 8,00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내가 승마교육 하는 학교는 겨우 40여개. 그런데도 굳이 같은 승마인 끼리 나를 욕하고 다닐 이유가 있을까? 시장은 한강에 돌 던지기만큼 넓다.

학교는 성역이다. 도둑놈도 제 아들에게 학교에서 도둑질 하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사기꾼도 학교에서는 정직하라고 한다. 그런데 승마만 학교에서 스스로가 문제가 많다고 떠든다. 이런 홍보방법이 과연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남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사람이 과연 제대로 초등학교 수업을 내 낼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어떻게 좋은 스승이 되겠는가? 내가 그들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자, 이를 딱하게 여긴 한 직원이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내게 고했다. “E사의 사장이 이러저러한 중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 우리는 E사도 아니고 E사의 사장 같은 사람들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찾아가는승마교실’을 시작한 사람이 김명기라는 것을 이젠 대한민국이 다 안다. 김명기나 E업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업체가 이 사업을 할 것이다. 승마교실의 씨앗은 이미 이 행성에 자리 잡았고, 앞으로 더 빨리 더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그러니 명심해라. 리더들은 살아서 욕먹고, 죽어서는 명예로왔다고 한다면, 가롯 유다나 원균도 역사에 치욕적인 이름을 남겼다.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내린 아테네와 그 군중들은 몰락했다. 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치욕스러운 이름을 남겼다. 어리석음과 배신, 욕심의 대명사다. 그들이 리더를 더 음해할수록 리더들의 뜻과 이상은 더 빠르고 깊게 퍼져 나간다. 그게 음해자들의 정체이고 긍정적 역할일진데, 내가 과연 욕먹기를 두려워하겠는가? 게다가 내가 하는 일은,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일인데...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김명기 allbaro1@naver.com
한국승마산업발전연구소 http://cafe.naver.com/hor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