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명기 [홈페이지] | 2013-06-18 08:55:22, 조회 : 2,022 |
[김명기 대장의 목장통신 5] 찾아가는승마교실의 허와 실 - 추적자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광릉 숲 근방의 광릉내다. 숲이 참 좋고 공기가 맑은 곳이다.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이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서늘해서, 나는 에어컨이 없다. 하루는 광릉내 이웃 분이 내게 말했다. 나를 알고부터 TV에 승마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해서 보신다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TV에서 뉴스가 나와서 열심히 보았노라고 하신다. 그런데 그게 ‘안산시의 모 승마장이고, 비리에 얽힌...’ 이라고 하신다. 얼핏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몇 해 전 안산시 상록구의 모 공무원께서 안산시에 ‘찾아가는승마교실’을 보급하고 싶다며 자료를 요청했다. 몇 몇 학교를 소개해 주신다고도 했다.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승마에 관한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 공부중이라고 했다. 특강을 해달라고도 했고, ‘찾아가는승마교실’의 자료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얼마 후 그 공무원이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 안산에 승마장을 열었다는 이야기 등이 이상하게도 바람결에 들려왔다. 그리고 오늘 다시 뉴스로 그 분의 소식을 접한 것이다. 인터넷의 뉴스는 이랬다.
'국비받은 승마장' 전직 공무원이 쥐락펴락‘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41216
흠, 결국 승마장도 하셨고, 어떻게든 유명하게도 되셨네. 스터디 그룹하던 공무원들까지 한 통속으로 얽혀든 모양이다. 마음이 편안치 않다. 왜들 이러는지...
문득 내가 ‘찾아가는승마교실’을 고안한 이후, 몇 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제일 처음 ‘찾아가는승마교실’을 고안하고 찾아간 곳은, 국내 굴지의 마필산업관련 대기업인 A사다. ‘이 방법이 승마대중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설명하고 프리센테이션 자료를 드렸다. 누구였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2007년 7월인가? A사에서 ‘찾아가는승마교실’ 을 했다는 기사가 떴다. 다행이(?) 그분들은 내가 고안한 ‘찾아가는승마교실’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기업 이미지 개선으로 학교를 찾아가 시범을 보이고 마는 수준이었다. 요즘도 A사는 일 년에 몇 차례 ‘찾아가는승마교실’을 하는데, 얼마 전 A사의 승마 교육 책임자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A사의 ‘찾아가는승마교실’ 담당자 분이 “어? 우리도 그거 하는데?” 라고 하자, A사 소속 승마교관 한분이 말했다. “말도 꺼내지 마요. 여기가 오리지날이고 우리보다 12배쯤 제대로 해요.”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B협회였다. 그곳의 전무님을 만나 승마대중화와 ‘찾아가는승마교실’에 관해 열심히 설명했다. 전무님은 단호했다. “우리 B협회는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올림픽 선수 선발과 훈련으로 바쁩니다. 승마는 대중화 될 수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승마 하면 안 됩니다.” 얼마 후, 그 전무님을 비롯한 B협회의 몇 몇 분들이 비리혐의로 모조리 체포 된 것을, 또 뉴스에서 접하게 되었다. 참 당황스러웠다.
세 번째는, 내가 ‘찾아가는승마교실’ 사업 시작 일 년 후에, 약 반년 정도 말을 맡겼던, C승마장이다. 그 곳 P원장이 내게 말했다. “아니, 승마를 그렇게까지 해서 가르쳐야 합니까?” 나는 말없이 승마교실을 계속했고, 말 운송차가 2대로 늘어났다. 말 운송차가 3대가 될 때, 그 원장이 내게 제안했다. “내가 잘 아는 후배가 광고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 사람에게 투자를 유치하자.” P원장은 내게 제안서를 요구했고, 이미 몇 번 쓴 맛을 본 나는 많이 간략한 제안서를 주었다. 그러자 P원장이 스스로 제안 설명을 하겠다고 했다. “아니, 내 사업인데 왜 원장님이 제안을 하십니까?” 나는 거절했고 얼마 후 내 목장을 만들어 나왔다. 그리고 P원장과 그의 후배가 ‘찾아가는승마교실’로 새로운 업체를 만들었단 소식을 들었다.
P원장은 그래도 양심적인 사람이라서 신문인터뷰에 내가 고안한 것임을 밝혀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또 얼마 후 듣기로는 P원장과 그의 돈 많은 후배가 서로 소송을 하고 있고, 말을 팔아서 소송비를 대고... 어쩌고 하는 뒷담화가 들려왔다. 나는 귀를 닫았다. 내가 그런 소문 따위를 들어서 뭣하랴? P원장은 승마장을 내 놓았다고 한다. 나는 말 운송 차량을 5대로 늘렸다.
네 번째는, 다시 A사의 현직 직원이었다. 그는 자신이 맡은 구역에 A사의 지원 사업을 한다며 ‘찾아가는승마교실’의 제안서를 요구했다. 주변 구역에 승마교실 지원 사업을 약속했고, 얼마 후 그가 D승마장을 만들고 스스로 ‘찾아가는승마교실’ 사업을 한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아직도 A사의 현직 직원이라고 하는데, 그 회사는 이런 부업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투자한 돈은 회수할 길이 없을 것이고, 사업은 자전거 페달 밟기처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멈추면 넘어지고 빚더미에 앉을 것이니,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전편에 설명한 것처럼 1팀이 구성되려면, 5톤 마필 트럭 1대, 마필 7두, 직원 6명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월 2천이다. 하지만 처음엔 마방 운영비, 직원 훈련, 마필 훈련, 영업홍보비 등으로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한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6개 학교가 필요하다. 그것도 25명 이상의 우량(?) 학교들만....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수천만 원씩 매월 비용은 들어가고, 몇 달만 우물쭈물하면 억 단위의 부실이 생긴다.
급한 마음에 우리 회사 출신의 직원들을 뽑아 쓰지만, 우리 회사라고 좋은 직원을 마구 내보내겠는가? 수업 잘하고, 똘똘하고, 얼굴 잘생기고, 충성심 강한 직원들은 여전히 우리 회사 소속이다. 듣기에는 월급만 받으면서 여기저기 떠도는 승냥이 같은 인원들도 마구 잡이로 쓰는 모양이다. 그래서야 제대로 승마수업이 될까? 정말 안타깝다. 내게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내가 미련하다고 해도, 10년을 넘게 준비한 일을 그들이 1년 사이에 싹 베낄 수 있을까?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천재인지 모르지만 그런 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
나는 슬프다. 그들은 나를 제대로 베끼지 못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스스로의 역량과, 스스로의 인간성과, 자신들이 과연 승마교육 사업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몰라도 한 참 몰랐던 것이다. -계속-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김명기 allbaro1@naver.com
한국승마산업발전연구소 http://cafe.naver.com/hor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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