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12-12-04 19:53:44, 조회 : 941 |
조선일보 ‘101인이 추천한 파워클래식’ 다음 주 책이 『노인과 바다』라고 해서, 문득 아득한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걸 처음 읽은 것이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사범학교 언제였겠지만). 아무튼 한 서너 번은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된 건 가슴을 누르는 무거운 그 무엇 때문이었지만, 부피가 적은 것도 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작자가 헤밍웨이라는 것도…….
1983년 일본에서 돌아와 3년만에 다시 하는 대입 진학 수업이며 담당 사무에 적응하기에 바빴는데, 정의윤 교감선생님이 부르시더니, 강릉MBC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 대담 코너에서 의뢰가 왔는데 가보라신다(물론 나로 지명된 것은 아니었고). 나는 내 일에 정신이 없기도 했고, 그 무렵 거의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기에(일본에 있을 때 일본어 공부 겸, 한국에서 번역본을 감명깊게 읽었던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의『氷點』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雪國』같은 소설 원본 몇 권을 읽은 것이 고작이어서), 사실 최근에는 감명깊게 읽은 책이 없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몇 번이고 사양했는데……. 날짜도 별로 없고 급히 무얼 정신없이 읽을 계제도 아니어서 그때까지 내 가슴에 남아있는『노인과 바다』를 다시 대충 훑어 기억을 되살리고 나가 10여분 쯤 아나운서와 대담했었다. 그 책에서 가장 마음에 깊이 닿았던 것을 묻기에 ‘노인의 강렬한 삶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 답했던 같다. 그리고 나머지는 무슨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지금 기억이 없다.
그것이 녹음 방송이라고 해서 방송시간을 알아가지고 오긴 했지만, 일에 쫓기다 방송 듣기를 놓쳐버렸는데, 며칠 후였던가, 복도에서 어느 학생이 ‘그 방송을 잘 들었다’고 자랑스러운 듯이 말해서, 사실 나는 좀 부끄러웠었다. 제대로 깊이 있게 읽지도 않고 뭘 아는 척하고 떠들었다는 것에 대해……. 거기에 이런 구절도 있다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까마득하다.
“사람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는 않았어."
"사람은 박살이 나서 죽을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를 당하진 않아.”
다시 읽어볼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오두막에서 노인은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엎드려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셰익스피어 감상(236) '어느 것도' (0) | 2021.10.24 |
---|---|
'良苦吟(양고음)' -유진한(柳振漢)- (4) | 2021.10.24 |
셰익스피어 감상(235) '당신 안에서' (0) | 2021.10.24 |
겨울 초입 (3) | 2021.10.24 |
엔딩노트-영화- (6) | 202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