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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강신주) 중에서

최길시 2021. 10. 22. 07:23
글쓴이 kilshi 2011-12-06 21:52:12, 조회 : 804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아우라(Aura)’라는 낱말을 접했다.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아우라(Aura) :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 기운, 매력, 독특한 분위기.

 

‘아우라 상실의 시대’

 

특별한 사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매혹시킬 때, 그것을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매혹적인 것을 만나면 사람들은 서둘러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러나 후에 그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무엇인가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 풍경이 가지고 있던 아우라, 즉 숨을 쉬며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중략)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를 직접 보고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모나리자의 복제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우라를 느꼈다고 했다.

모조와 복제가 범람하는 지금, 우리는 아우라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지난 봄 여행에서 군중이 구름처럼 몰려있는 ‘모나리자’ 앞에 섰었다. 군중과 흐린 조명 아래서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시간에 쫓겨 오래 바라볼 수 없었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작품 자체에서 어떤 아우라를 느꼈다고 말하기보다, 수백년 전에 만들어진 그 진품 앞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더 신비하고 감격스러웠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떤 사물과 마주치느냐에 따라 자기만의 세계와 우주를 만들어 가게 되고, 그 범주 안에서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만들어진 자기세계는 아주 특별한 계기가 오지 않는 이상 좀처럼 바뀌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멋진 예술작품이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여태까지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즐거운 일에 접할 때 기쁨을 느끼고 전율한다. 그것이 아우라인지 뭔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 나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