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11-12-04 09:24:27, 조회 : 1,064 |
덕(德), 통치의 논리
유비의 자는 현덕(玄德)이다. 여기에는 도덕경(道德經)에 기록된 노자(老子)의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그것은 덕(德)이란 개념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덕(德)은 득(得)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 능력, 즉 통치자의 덕이라면 탁월한 신하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고, 스승의 덕이라면 탁월한 제자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德 이란 글자는 ‘얻는다’의 得이란 글자와 ‘마음’이라는 心이란 글자가 합성되어 있다. 진정한 덕이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빼앗으려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 이것을 ’은미한 밝음[微明]‘이라고 말한다. 유연하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법이다. 물고기는 연못을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이로운 도구는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玄德이란 현(玄)은 어둠을 상징하는데, 덕으로 얻으려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노자의 가르침인 것이다.
유비는 자신의 정치 철학을 자(字)에 담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즉, 전장에서 두 부인과 아들을 지키라고 한 유비의 부탁을, 조자룡이 간신히 아들을 지켜 돌려주며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스러워 할 때, 그를 질책하거나 죄를 묻기는 커녕, 아들을 땅바닥에 던져버리며 오히려 큰 장수를 잃을 뻔했다고 걱정했다. 그것은 집현전에서 숙직을 서다 졸고 있는 성삼문에게 곤룡포를 덮어준 세종대왕의 덕도 그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의 통치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불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있는 사람을 간파하지 못하는 안목에다, 입만 달변인 그런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맡기는 우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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